“너,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누가 누구한테 호기심을 품었다고 그러는 거야?”
한소유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퍼져나갔고 그녀는 민망한 듯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방우혁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어제 네가 못 구했다고 했던 약재 두 가지... 뭐였지?”
“응? 아, 맞다!”
방금까지 머릿속이 하얗던 한소유는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냈다.
“월야꽃이랑 구성초. 이 두 가지야.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놨어.”
그녀는 메모를 펼쳐 방우혁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약재상 수십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다들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하더라고...”
방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가지... 어쩌면 우리 집에 있을 수도 있어. 오늘 방과 후 나랑 같이 가자.”
“진짜? 진짜 있어? 와, 대박이야!”
한소유는 반짝이는 눈으로 감탄했다.
하지만 방우혁은 곧 덧붙였다.
“조건이 하나 있어. 지금부터 방과 후까지 넌 날 절대 쳐다보지 마.”
“그게 무슨 조건이야!”
한소유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안 보면 되잖아. 누가 보고 싶어서 봐. 치, 유치하게...”
방우혁은 책상에 팔을 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방과 후, 한소유는 조용히 방우혁을 따라 학교 정문 밖으로 나섰다.
“너희 집은 어디야? 우리 차 타고 가자. 삼촌보고 데려다 달라고 하자.”
하지만 방우혁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걸어가는 게 익숙해서.”
“그래? 그럼 잠깐만 내가 삼촌한테 말만 해놓을게.”
한소유는 길가에 대기 중이던 벤츠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차 안에는 한소유의 넷째 삼촌인 한상호가 앉아 있었다.
그녀가 오늘 약재를 찾으러 방우혁 집에 간다고 말하자 한상호는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리 방우혁이 의술로 한명수의 신뢰를 얻었다 해도 한소유의 안전을 생각하면 방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명 차를 놔두고 걸어간다니 뭔가 수상했다.
“소유야, 이건 아버지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니?”
“아니에요. 그냥 약재만 가져오면 되는데 굳이 아빠한테까지 말할 거 없어요.”
한소유는 단호하게 말했다.
“게다가 오늘 저녁에 약재를 가져다드리면 아빠도 분명히 기뻐하실걸요?”
그녀는 방우혁이 기다릴까 봐 황급히 말했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소유야!”
한상호가 불러 세우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방우혁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한상호는 한참 고민하다 결국 차를 몰고 조용히 두 사람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혹시나 모를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그 시각, 교문 앞에 선 양지욱은 멀리서 방우혁과 함께 떠나는 한소유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양지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분명 한소유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방우혁에게 경고했었다.
하지만 방우혁은 그 경고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오늘 아침 공개적으로 그를 망신까지 줬다.
바로 농구장에서의 굴욕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소문은 온 학교에 퍼지고 있었고 양지욱은 속이 뒤집힐 듯 분노했다.
“이 자식...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양지욱은 이를 악물며 방우혁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욱아!”
곱고 세련된 여학생 한 명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바로 한소유의 친구 조수연이었다.
그러자 양지욱은 얼굴을 살짝 풀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그냥. 같은 반인데 인사도 못 해?”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는 조수연의 눈빛은 은근하게 빛났다.
양지욱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금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소유와 조수연은 꽤 가까운 사이. 그렇다면...’
“오늘 날씨 좋네. 같이 밥이나 먹을래?”
그녀의 눈이 크게 열렸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할 새도 없었다.
“쾅!”
방우혁이 팔을 뻗어 파이프를 막아냈다.
마치 쇠가 쇠를 친 듯 맑은 금속음이 울렸고 파이프는 두 동강이 났다.
그 장면을 본 건달은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우혁은 그를 놔두지 않았다.
“퍽!”
발길질 한 번에 피를 토하며 수십 미터 정도 날아가 버렸고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원래 자신만만하던 하문성은 부하들이 하나둘씩 맞아서 날아가는 걸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방우혁이 무술 실력이 좀 강하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오늘 그는 모두 24명 부하를 데리고 왔지만 지금 보니 이미 열 몇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이건...”
두 다리에 힘이 풀린 하문성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후퇴하다가 차량에 올라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방우혁이 다른 건달을 집어던지자 차량 앞 유리가 산산조각 나며 그의 탈출을 막았다.
이어 또 한 명이 운전석에 처박히며 하문성 앞에 피투성이 얼굴을 드러냈다.
“으악!”
방우혁은 천천히 걸어와 문을 열고 그를 끌어냈다.
“네가 하문성이지?”
그 시선이 마주친 순간 하문성의 정신이 무너졌다.
“살려줘...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방우혁은 그를 땅에 내던졌고 하문성은 그대로 무릎 꿇고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그때 뒤늦게 따라오던 한상성호가 차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소유야, 아무 일 없지?”
한소유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방우혁을 좀 봐주세요...”
그 말에 한상성호가 고개를 돌리자 그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하문성의 얼굴을 밟고 서 있는 방우혁이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한상성호의 심장이 움찔거렸고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살면서 그런 눈빛은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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