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혜는 옆에서 방우혁이 국을 끓이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대체 이름도 모를 풀 한 포기와 자그마한 양의 햄으로 만든 요리가 세상에 둘도 없는 미식이라고?
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냄비에서 퍼지는 강렬한 향기에 진가혜는 안색이 변하더니 약간 당황해했다.
‘향기는 좋은데 맛은 별로일 수도 있지.’
진가혜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또 10여 분이 지나자 향기가 더욱 진해졌다.
배고프지 않던 진가혜는 이 향기를 맡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햄과 풀 한 포기로 만든 국이 어떻게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지?’
“방우혁 씨... 아직 안 됐어요?”
진가혜는 볼이 빨개진 채 물었다.
“아직. 적어도 한 시간은 더 끓여야 해.”
방우혁이 말했다.
또 한참을 기다린 진가혜는 그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침을 삼켰다.
“됐어.”
방우혁이 드디어 냄비 뚜껑을 열었다.
냄비 속의 향기가 외부에 퍼지자 진가혜는 더 이상 품위를 유지할 수 없었다.
방우혁 앞으로 다가가 애타게 바라보자 방우혁이 냄비에서 국물 한 숟가락 떠서 그릇에 담았다.
진가혜가 손을 뻗어 받으려 했다.
“잠깐, 너무 많아.”
방우혁은 말을 한 뒤 그릇의 국물을 절반 정도 다시 냄비에 부었다.
빙백설련으로 끓인 국물에 함유된 효능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 절대 많이 마셔서는 안 되었다.
그릇에 담긴 국물을 다시 절반 가까이 부어버리는 방우혁을 본 진가혜는 화가 치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인색한 거야? 냄비에 국물이 가득한데 이렇게 조금만 주다니?’
“차에 생수 있어?”
방우혁의 물음에 얼굴이 파랗게 질린 진가혜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생수를 가져와 이 그릇에 부어 희석해. 그럼 맛이 더 좋아질 거야.”
방우혁이 말했다.
진가혜는 더 이상 품의를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진심이야. 한번 해보면 알게 될 거야.”
방우혁이 다시 한번 말하자 깊게 숨을 들이마신 진가혜는 마음을 진정시킨 뒤 차에 가서 생수 한 병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체념한 듯 그릇에 부어 원래 1/3도 안 되던 국물이 가득 찰 때까지 희석했다.
‘몸이 버티지 못한다고? 왜 나는 많이 마시면 안 되고 넌 냄비째 들이킬 수 있는 건데? 쪼잔하면서 핑계는 많네, 변명할 필요 없어.’
진가혜는 화가 치밀어 오른 채 차로 돌아가 액셀을 밟고 떠났다.
‘방우혁은 정말 무례하고 뻔뻔하고 쪼잔한 고등학생이야. 이번에 돌아가서 두 번 다시 방우혁을 만나지 않겠다고 할아버지께 말해야겠어.’
...
오후에 학교에 도착한 방우혁은 1층에서 유지석을 발견했다.
지난 2년간, 방우혁이 학교에서 방우혁이 몇 마디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유지석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거의 만나지도 않았고 대화도 없었다.
방우혁이 다가가 유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하자 유지석은 놀란 듯 몸을 떨며 고개를 움츠렸다.
이 반응을 본 방우혁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내 유지석의 얼굴이 상처투성이인 것을 보았다.
왼쪽 눈은 멍들어 있었고 이마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우... 우혁아...”
유지석은 방우혁의 시선을 피했다.
“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
방우혁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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