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내내 유지석은 계속해서 방우혁을 말리려 했지만 방우혁은 듣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국 1층에 있는 격투기 협회 활동실에 도착했다.
활동실 안에는 무도복을 입은 학생 십여 명이 바닥에 앉아서 키가 크고 짧은 머리의 남학생이 설명하는 동작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재... 쟤가 현지현이야.”
유지석이 방우혁에게 말했다.
현지현을 바라본 방우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현지현 역시 문 앞에 선 유지석과 방우혁을 알아챘다.
두 사람이 정말로 올 줄 예상하지 못했던 현지현이었지만 이내 코웃음을 쳤다.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을게. 곧 직접 실전 연습을 보여줄 테니 보면서 배우길 바라.”
앉아 있는 협회 멤버들에게 말을 한 현지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문 쪽으로 걸어가 방우혁 앞에 섰다.
“네가 방우혁이구나.”
현지현이 방우혁을 훑어보며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
선천 5단계 무사 따위는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를 찾았다며?”
방우혁이 한마디 하자 눈을 가늘게 뜨고 방우혁을 바라보던 현지현이 냉소를 지었다.
“최근에서야 하동민이 전학 간 게 너에게 맞아서라는 걸 알았거든. 절친으로서 복수를 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당연하지.”
방우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직접 나를 찾아왔어야지. 유지석에게 손을 대는 게 아니라.”
현지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사나워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내 절친을 건드렸잖아?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 되돌려준 것뿐이야.”
현지현은 최근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아버지가 의뢰를 받았다가 중상을 입어 지금도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의 허약해진 모습을 본 현지현은 복수하고 싶었지만 반보 종사인 아버지를 그 꼴로 만든 상대가 자신이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가슴 속 가득한 분노와 살기를 풀 곳이 없었다.
어제 하동민에게 전화를 했는데 알고 보니 하동민이 방우혁에게 맞아 전학을 갔다는 것이었다.
“누가 그랬어?”
현지현이 물었다.
“방우혁이야. 고3 2반 방우혁. 지현 형, 나를 진짜로 친구로 생각한다면 대신 복수를 해줘.”
하동민이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러면 전학 갈 필요도 없었잖아. 내가 바로 방우혁 그 자식을 처리했을 텐데.”
현지현이 말했다.
“아버지가 전학을 가라고 하셨고 방우혁에게 다시 시비를 걸지 말라고 경고하셨어... 하지만 요즘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하고 답답해. 이 한을 도저히 삼킬 수 없을 것 같아. 꿈에서도 방우혁 그 자식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한다니까.”
게다가 격투기를 전공한 그에게 링은 가장 익숙한 무대였다.
방우혁이 그 위에 선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방우혁...”
유지석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방우혁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하, 지석아. 너무 겁 먹은 거 아냐? 걱정하지 마. 오늘 방우혁이 왔으니 넌 때리지 않아. 때릴 사람은 네가 아니라 이놈이야.”
현지현이 조롱하듯 웃으며 말했다.
한편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 나간 방우혁이 한마디 했다.
“빨리 올라가자. 시간이 없다.”
현지현은 방우혁이 이렇게나 태연할 줄은 몰랐다. 오히려 자신을 링으로 재촉하는 방우혁의 모습에 현지현의 얼굴이 굳었지만 이내 사나운 눈빛을 내뿜었다.
‘아직도 건방지게 구는 거야? 이제 곧 실력 차이가 뭔지 보여주마.’
두 사람은 모든 이의 시선 속에서 링에 올랐다.
“회장님, 화이팅. 저 자식 때려눕혀!”
“회장님, 최고야...”
링 아래의 십여 명 협회 멤버들 중 절반은 남학생, 나머지는 여학생이었다.
그들은 모두 큰 소리로 현지현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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