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경호원들이 달려와 추기훈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양쪽 모두 그가 미움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방우혁은 추기훈을 힐끗 쳐다보고는 유지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만 가자.”
유지석은 난잡해진 현장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렇게 물건을 부수고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그들이 쉽게 여기를 떠날 수 있을까?
유지석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방우혁이 그를 잡아끌었다.
한편, 정다은의 예쁜 눈동자는 방우혁에게 고정된 채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방우혁의 모습이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뒤를 쫓아갔다.
“사장님, 그냥 이대로 가게 놔둘 겁니까?”
나성철이 얼굴을 찌푸리며 다급히 물었다. 방우혁을 이대로 보낸다면 이성재가 깨어난 뒤 난리를 피울 것이 분명했다.
추기훈도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어떻게 방우혁 이 악마 같은 인간을 막아설 수 있겠는가?
방우혁이 돌아서서 뺨이라도 한 대 친다면 그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보내줘.”
그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그냥 보내주라고요? 사장님, 성재 도련님 쪽은...”
나성철이 급히 입을 열었다.
철썩.
그가 다시 나성철의 뺨을 내리쳤다.
“그냥 보내주라고 했잖아. 못 알아듣겠어?”
가뜩이나 마음이 심란한데 나성철이 옆에서 자꾸만 소리를 지르니 추기훈은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
나성철은 얼굴을 감싼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였고 방우혁이 떠나는 뒷모습만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지석이 데려온 저 학생은 도대체 어떤 신분인 걸까?’
‘사장인 추기훈마저 저놈을 두려워하다니?’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수군댔다.
“저 학생이 성재 도련님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추기훈이 그냥 이대로 놓아주다니...”
“내가 보기에 추기훈은 저 학생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
“그럴 리가. 고작 학생뿐이야... 이대로 놓아주었다가 나중에 이진명이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그땐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진 추기훈은 잠시 고민한 뒤 나성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을 거야. 이 대표한테 알리고 사람을 보내라고 할 거야.”
...
방우혁과 유지석은 술집을 나섰고 정다은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창밖을 내다보며 대꾸했다.
“마음대로 생각해요.”
“억지가 아니야...”
술에 조금 취한 그녀는 말투에 애교가 가득했다.
“아까 그 남자들을 제압할 때, 진짜 무슨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어.”
정다은은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귓가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여자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오늘 밤 넌 날 구해줬고. 난 너한테 상을 주고 싶어.”
그녀의 붉은 입술이 그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왔다. 방우혁은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선생님, 취하신 것 같아요.”
“장난이야.”
그녀는 낄낄 웃었다. 그러나 방우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가 리센트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안은 아주 조용했다. 황희숙과 유슬기는 이미 잠이 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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