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심유정의 마음을 가득 채우자 최근의 우울했던 기분이 사라졌다.
원하던 답을 얻은 심유정은 벽에 걸린 시간을 계속해서 확인했다. 아마도 5년 동안 가장 퇴근이 기다려지는 날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1분 1초 흘러 겨우 퇴근 시간이 되자 심유정은 재빨리 내려가 온서빈의 차 옆에서 기다렸다.
10분 후, 짐을 챙겨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온서빈은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유정을 보았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심유정은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서빈아, 오늘 시간 있어? 엄마도 네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널 만나고 싶대.”
온서빈은 곧장 자리를 떠나려다가 하림을 언급하는 말에 걸음을 멈췄다.
심유정과 헤어지긴 했지만 두 사람이 만났던 5년 동안 하림은 그에게 나름 잘해줬기에 한번 만날 수는 있었다.
“시간 나면 찾아뵐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데 심유정은 여전히 떠나지 않고 차창 너머로 작게 말했지만 온서빈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렸다.
“서빈아, 정소율 씨랑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야. 해외에 이미 남자 친구가 있어. 서빈아, 난 네가 속는 걸 지켜볼 수가 없어. 내 말 좀 들어줄래?”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면서 온서빈의 잘생긴 옆태가 나타났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미리 경고하는데 나와 정소율에 관한 일이라면 더 말할 필요 없어. 우리 일은 너랑 상관없으니까.”
우리 일은 너와 상관없다는 한마디가 심유정의 눈가에 막 피어오르던 기쁨을 철저히 뭉개버렸고 온서빈은 심유정과 완전히 선을 긋고 있었다.
하지만 심유정은 굴하지 않았다. 그저 한번 실수했을 뿐인데 왜 그는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걸까.
심유정의 얼굴에 상처받은 표정이 떠올랐지만 온서빈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서빈아, 내 말 믿어줘. 너에 대한 내 사랑은 진심이고 내가 하는 말은 다 진실이야. 정소율 같은 재벌가 아가씨에게 진심이 어디 있겠어? 너한테 해외에 남자 친구가 있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했지?”
그녀가 마음을 담아 말했지만 온서빈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마침내 심유정을 진지하게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에는 그녀가 상상했던 감격스러움과 기쁨이 아니라 깊은 조롱이 담겨 있었다.
젓가락을 들고 한 입 맛보던 그의 눈에서 놀라움이 피어오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맛있다!”
온서빈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감탄하는 말을 덧붙였다.
“정말 요리에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어.”
마지막으로 그는 손뼉을 치며 결론을 내렸다.
“처음 만들었는데 이렇게 잘 만들었다는 건 우리 정소율 씨가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뜻이니까 앞으로 요리는 너한테 맡길게.”
온서빈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정소율은 당황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거절은 안 하네. 정성 그룹 후계자를 이렇게 부려 먹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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