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익숙한 이유로 거절당한 심유정은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엔 거절하다 지친 온서빈이 두 손을 들었다.
평일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고 두 사람은 막힘없이 차를 몰고 끝까지 달려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표를 끊고 놀이공원에 들어서자마자 한 무리 낯익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송성진, 심유정의 친구들이었다.
맨 앞에서 걷고 있던 사람은 송은영이었는데 심유정을 보자마자 잔뜩 들떠서는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렇게 만났는데 같이 놀자. 사람이 많으면 좋잖아.”
온서빈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멀찍이 떨어진 채 송은영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대신 심유정이 무의식적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일행은 그제야 온서빈의 존재를 발견한 듯 성의 없는 사과를 하면서도 심유정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싫으면 그냥 네가 가라는 표정이었다.
온서빈은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도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난 상관없어.”
어차피 그가 원해서 놀이공원에 온 것도 아니었으니까.
일행은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재밌는 게 보이면 가서 탔다. 순한 맛 놀이기구도 자극적인 것도 타면서 심유정은 자연스레 송성진의 곁에 있었고 송성진을 챙겨주는 역할을 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 둘이 연인인 줄 알겠다.
하지만 진짜 남자 친구인 온서빈은 맨 뒤에서 걸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심유정에게 단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물놀이 미끄럼틀 앞에 다다랐을 때 송성진은 갑자기 흥분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정아, 우리 저거 타자!”
송성진의 제안에 송은영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거절할 수 없어 모두 온서빈과 심유정에게 시선을 돌렸다.
온서빈은 처음부터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자극적인 것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순한 맛도 싫은 게 아니었기에 다 받아들일 수 있었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다.
심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끼리 놀아. 난 이런 거 싫어서 안 탈래.”
거절의 말이 나오자마자 송성진은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흔들었다.
“괜찮아, 가까이 있었으니까 챙기는 게 당연하지.”
온서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옆에 있는 작은 가게로 가서 수건을 산 뒤 흠뻑 젖은 옷과 머리를 닦았다.
그다음 역시 송성진이 제안한 방 탈출이었다.
곧 일행은 담당자의 인솔에 따라 방 탈출 방으로 들어가 공포 요소가 가미된 방을 선택했고 겁이 많으면서도 기어코 놀겠다고 고집한 송성진은 들어가자마자 심유정 곁에 바짝 붙었다.
온서빈은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따금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송성진이 심유정 뒤로 끌려가는 걸 조용히 바라보았다.
“겁내지 마, 다 가짜야.”
방 탈출 문제는 어렵지 않았지만 일행은 각자의 속셈이 있었기에 마지막 단계를 돌파하는 데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단계는 해독할 필요는 없었지만 연기를 해야 통과할 수 있었는데 힌트에 따르면 신랑과 신부 역할을 할 남자와 여자가 필요하며 모든 과정을 거친 후 NPC가 회상하는 영상을 보면 레벨을 통과할 수 있었다.
논리적으로는 온서빈과 심유정이 유일한 커플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역할을 맡는 것이 당연했지만 송은영이 이렇게 말했다.
“서빈이가 귀신 무서워한다던데 성진이랑 유정이한테 역할 맡기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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