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연은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 얼른 기운 차리세요. 병원은 스승님이 필요해요.”
허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허남준은 퇴원했다.
떠나기 전, 장수연은 그에게 안정을 취하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스승님, 그 나쁜 여자는 잊으세요. 스승님은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어요.”
허남준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 녀석, 꼭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하나.’
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풍겨 왔다.
전연화는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뚝배기 안에서는 국물이 끓고 있었다.
“왔어. 네가 전에 끓여줬던 게 생각나서 따라 해 봤다. 네 몸도 이제 막 회복했는데, 무리하면 안 돼.”
“어서 이리 와.”
전연화가 웃으며 말하자 옆에서 아버지 허대한도 거들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허남준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돈 때문에 결혼을 승낙했던 과거가 떠올랐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가치 있게 느껴졌다.
“엄마, 나 괜찮은데... 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 없어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허남준은 어머니가 건네는 국을 받았다.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허남준은 문득 강서윤에게 처음으로 약선을 만들어줬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강서윤도 웃었었다. 어쩌면 그때 그 웃음은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맞다, 내일 주말인데 청아 만나러 가렴. 내가 약속 잡아놨다.”
전연화의 말에 허남준은 잠시 망설였다.
“엄마, 병원에서도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청아에게 다른 감정 없어요.”
허남준은 다시 설명하려 했지만 전연화는 고개를 저었다.
“만나다 보면 정드는 거야. 청아도 네 안부 묻더라. 걔도 널 걱정하고 있으니 얼굴 한번 보여주고 안심시켜 주렴.”
강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향했고 오 집사는 뒤에서 한숨만 내쉬었다.
문석진은 강산 그룹에 한발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제 그는 강산 그룹의 신흥 실세였으니 말투와 행동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그와 함께 권력을 잡은 친척들도 회사에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류민희도 어젯밤 일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허남준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류 비서님, 강 대표의 비서로서 이렇게 늦게 출근하는 게 말이 돼요?”
회사 문에 들어서자마자 문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민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캐주얼 차림의 문석진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손에는 그녀의 사원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문석진 씨, 여긴 강산 그룹인데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류민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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