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 오빠,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요. 아주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그 여자 때문에 아팠다고...”
채청아는 허남준을 바라보았다.
허남준은 지금 너무 약해 보였다.
이건 다 그 여자 때문이었다.
전처 때문에 정말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망가뜨려야 되나 싶었다.
“청아야, 이건 내 문제야. 그리고 난 강서윤 때문에 이런 게 아니야.”
허남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레스토랑 문이 열렸다.
마침 채청아는 들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오빠, 방금 한 말 진심이에요? 전처 때문이 아니라고요?”
채청아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들어오던 강서윤의 귀에 들리도록 말이다.
강서윤은 원래 구석에 있는 사람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었다.
“허남준?”
강서윤은 남자를 보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이혼 후 어디에서든 마주치는 것 같았다.
“또 저 자식이야? 서윤아, 우리 약속 있잖아. 괜히 기분 망치지 말자.”
문석진이 작게 속삭였다.
강서윤은 다가가서 묻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룸으로 가자.”
강서윤이 떠난 후 채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난 그냥 오빠가 너무 안타까워요.”
채청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남준은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머릿속에는 강서윤과 함께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도 강서윤은 그를 이 레스토랑에 데려왔었다.
“남준 씨, 참 우연이네요. 이렇게 또 만나다니. 데이트 중인가 봐요?”
문석진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조롱기가 어려 있었다.
허남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서 그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강 대표님이시군요. 식사하러 오셨나 봐요.”
채청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제가 남준 오빠랑 식사하러 나왔어요. 같이 드실래요?”
예전 같았으면 채청아는 먼저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허남준이 강서윤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된 후 채청아의 생각은 바뀌었다.
강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남준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허 선생님은 채청아 씨를 정말 좋아하시나 보네요. 진작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축하해 드렸을 텐데.”
강서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다정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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