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준이 승낙하자 채청아는 마음속으로 기뻤다.
다만 허남준은 채청아가 자신을 단순히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가 채청아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서윤은 분노에 차 별장으로 돌아왔다.
오 집사는 그런 강서윤의 모습을 보자마자 허남준과 관련된 일임을 알아챘다.
“강 대표님, 식사 준비 해 드릴까요?”
오 집사가 조심스럽게 묻자 강서윤은 그저 흘끗 쳐다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오 집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허 선생님이 있었다면,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해 드릴 수 있었을 텐데.”
오 집사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강서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머릿속에는 그날 점심에 먹었던 음식이 떠올랐다.
지난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허남준이 만든 약선을 먹었을 때, 강서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런 맛은 강서윤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혼 후, 강서윤은 다시는 그 맛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 생각에 강서윤의 눈빛에는 어쩔 수 없는 슬픔이 어렸다.
이제 그 맛은 다시 맛보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금 전의 일이 다시 떠오르자 강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허남준이 그 여자를 그렇게 감싸다니.
헛웃음을 지으며 강서윤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석진이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책망이 담겨 있었다.
“서윤아, 왜 혼자 가버렸어?”
말을 마친 문석진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포장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급하게 가길래 배고플까 봐. 일부러 너 좋아하는 요리 좀 포장해 왔어.”
강서윤은 웃어 보였지만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오 집사는 속으로 불만을 느꼈다.
‘매운 요리 네 접시에 차가운 나물 무침이라니. 문석진은 진짜 강 대표를 생각하긴하는건가? 이건 고의일까 실수일까?’
다음 날 아침, 허남준은 전연화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집에 돌아와서 그는 전연화에게 오늘 외출한다는 이야기를 해 두었다.
“청아랑 약속했으면 빨리 움직여야지!”
전연화는 이걸 자기 인생 대사처럼 생각했으니 감시는 필수였다.
허남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엄마, 그냥 그림 전시회 보러 가는 거라니까요. 별거 아닌데 이렇게 일찍 깨울 필요 없잖아요.”
허남준의 말에 전연화가 뾰로통해졌다.
“그게 데이트가 아니면 뭐니? 네가 일찍 가면 청아가 좋아할 거 아니야.”
전연화의 말에 허남준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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