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사부님이 미리 자리를 떠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할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수연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수술실의 등이 꺼졌다.
그러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으로 향했다.
나지숙은 원래 문석진이 앞장서서 나서길 바랐다. 하지만 수술실 문이 열리자 모습을 드러낸 건 허남준이었다.
순간, 모자의 표정이 확 변했다.
“허남준 씨?”
문석진은 놀랐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이 병원에서 강서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허남준이었다. 결국 그가 수술하는 것이 가장 당연한 일이었다.
“또 저 남자야? 이 병원에 다른 의사는 없는 거야?”
나지숙이 불만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장수연이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부님이 병원에서 가장 젊은 집도의시거든요.”
“게다가 강 대표님 다리도 원래 제 사부님이 치료해 드린 거 아세요?”
“그러니 이번 수술도 사부님이 가장 적임자죠.”
장수연의 말에 나지숙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더 이상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그 순간, 류민희가 서둘러 허남준에게 다가갔다.
“허 선생님, 서윤이 상태는 어떤가요?”
초조해 보이는 류민희의 질문에 허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문석진을 흘깃 쳐다보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본인부터 잘 챙기십시오.”
허남준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그를 지나쳐갔다.
남겨진 문석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어딘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강서윤이 침대에 누운 상태로 실려 나왔다.
문석진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서윤아, 괜찮아?”
하지만 강서윤은 아직 의식이 없었다.
그래서 류민희가 문석진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허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하셨으니 일단 병실로 옮깁시다. 미리 준비해 뒀어요.”
그녀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이 사람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강서윤 상태가 어떤지조차 모르는 거야?’
그렇게 강서윤은 병실로 옮겨졌고 그녀의 뒤를 모두가 따라갔다.
그러나 나지숙은 조급해하지 않고 진료실로 향했다.
문석진은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지 나지숙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병원의 근무 일정표에 허남준의 이름이 없었다.
즉, 그는 원래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사부님, 강서윤 씨가 이제 와서 스승님 말을 믿을까요?”
“괜히 말했다가 오히려 원망만 들을 수도 있어요.”
장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강 대표님은 이미 사부님을 믿지 않잖아요.”
“어쩌면 문석진 씨 편에 서서 오히려 사부님을 더 나쁘게 볼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들은 허남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그렇게 하겠어?”
“내가 몇 년 동안 강서윤을 돌봐줬는데... 설마 그런 식으로 나오겠냐고.”
“더군다나 이번 수술도 내가 직접 했는데.”
허남준은 강서윤이 자신에게 화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수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은 아직도 너무 순진하시네요.”
“믿기 어려우시면 그냥 기다려보세요.”
“강서윤 씨가 깨어난 후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장수연은 허남준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강서윤의 곁에는 문석진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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