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숙이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자 문석진은 다소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 조심하셔야 합니다. 허남준 그 사람 만만치 않아요. 게다가 병원이라는 공간이잖아요.”
“괜히 무리하지 말고 상황만 살펴보고 오세요.”
그의 말을 들은 나지숙은 손을 휘저으며 웃어 보였다.
“엄마도 다 알아. 괜찮아, 그냥 상황만 보고 올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아침, 허남준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 곧장 시장으로 향했다.
평소답지 않은 허남준의 행동에 전연화는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이 이렇게까지 신경 써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은 흔치 않았다.
그래서 허남준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전연화는 곧장 다가가 아들에게 물었다.
“너 오늘 쉬는 날 아니었어?”
“갑자기 왜 장을 봐? 또 어떤 맛있는 거 해주려고?”
전연화는 궁금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호기심과 함께 약간의 기대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허남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닙니다.”
“병원에 가족이 없는 환자가 있어서... 제가 좀 챙겨주려고요.”
허남준의 대답을 들은 전연화는 순간적으로 의심이 들었다.
‘우리 아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챙겨줄 정도면... 그 환자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겠는데?’
게다가 허남준이 평소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정성 들여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놈아, 너 아무리 바빠도 청아는 잊지 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속 네 얘기 하더라.”
그녀는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허남준은 멈칫하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제가 청아를 절대 잊을 리 없죠.”
“정말로 그냥 환자를 챙겨주는 것뿐이에요.”
그의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졌지만 전연화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래, 알겠다. 젊은이들 일은 내가 간섭할 게 아니지.”
전연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청아 같은 좋은 아이를 실망시키면 안 돼.”
허남준은 머리를 긁적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한테 다 말해버리면 더 복잡해질 테니 그냥 넘어가는 게 낫겠지.’
그렇게 전연화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자리를 떴고 허남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에 강서윤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빠르면 달 말쯤이라고 하네요.”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지숙이 들고 온 물건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나지숙도 나름대로 신경을 쓴 듯했고 직접 만든 것 같아 보였다.
강서윤은 코를 살짝 찡그렸지만 나지숙은 마치 보물단지를 다루는 듯 들고 온 물건을 그녀에게 건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직접 만든 거야.”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먹어 봐.”
이내 뚜껑이 열리자 향긋한 냄새가 병실 안에 퍼졌다.
강서윤은 냄새만으로도 이건 경해 술집 요리사의 솜씨임을 알아차렸다.
나지숙은 오늘 배달 음식이 아닌 조금 더 비싼 요리를 들고 온 것이다.
하지만 강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아직 회복이 덜 돼서 이런 건 아직 못 먹어요.”
“그래도 아까우니까 석진이한테 가져다주세요.”
강서윤이 에둘러 말하며 거절하자 나지숙은 민망한 듯 귀가 살짝 빨개졌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히 입을 열었다.
“서윤아, 회사 쪽 일 말이다. 그냥 석진이한테 돌아오라고 하는 게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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