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숙은 말을 마치자마자 앞으로 나아가 허남준이 들고 있는 물건을 빼앗아 들었다.
이내 안에 담긴 국이 전혀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걸 확인하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석진이가 처음 제게 말해줬을 때는 믿기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 보니까... 당신 정말 뻔뻔한 사람이네요?”
나지숙은 언성을 한껏 높였다.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허남준은 개의치 않고 나지숙을 한 번 쓱 쳐다볼 뿐이었다.
“환자분 원래 몸이 안 좋은데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국을 가져오다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환자의 몸을 해치는 짓 아닌가요?”
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도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지숙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억지를 부리며 소리쳤다.
“누가 알아요? 혹시 당신이 우리 서윤이한테 흑심을 품고 있을지?”
“어쨌든 서윤이는 당신 전처고 강산 그룹의 대표잖아요!”
“그러니까 다시 붙잡고 싶어서 별소리를 다 하는 거겠죠.”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더더욱 호기심을 보였다.
그 반응을 본 나지숙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이 의사 양반은 이미 이혼한 몸이라고요.”
“근데도 아직도 질척거리면서 매달리고 있어요. 여러분, 이게 순수한 의도로 보이세요?”
“아니, 대체 이런 인간이 어떻게 의사가 됐는지 모르겠네!”
“환자한테 질척거리면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나지숙은 계속해서 허남준을 조롱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의사, 병원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 인재라던데?”
“딱 봐도 그런 사람 같진 않잖아.”
“설마 저 아줌마가 일부러 저러는 건가?”
순식간에 사람들이 나지숙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저거 완전 허 선생님 깎아내리려고 작정한 거 같은데?”
“병원에 저런 사람도 있었어?”
그렇게 나지숙을 향한 의심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허남준은 나지숙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지숙 씨, 여기는 병원입니다.”
“마음대로 남을 비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류 비서님, 전 당신이 하라는 대로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문석진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민희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 능글맞은 표정 좀 치우세요.”
“이사회에서 아직 어떤 움직임도 없는 건 저희한테 유리한 상황이에요.”
류민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문석진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류 비서님, 전 분명히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으니 절대 문제 될 일은 없을 겁니다.”
그의 태도는 오히려 류민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원래라면 문석진은 벌써 사고를 쳤어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번만큼은 이렇게 태연할까?
예전과는 다른 문석진의 태도에 류민희는 더욱 조바심이 났고 불안했다.
그러나 문석진은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류 비서님, 그런데 제 어머니와 가족들은 언제쯤 회사로 부를 수 있습니까?”
그는 류민희의 반응을 살피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류민희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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