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이가 아무 말 안 했어요? 지금 바로 만나러 갈게요. 분명 해결책이 있을 거예요.”
문석진의 말에 류민희가 슬쩍 돌아보았다.
“서윤이는 아직 병원에 있는데 걔를 찾아가도 뭘 해결할 수 있겠어요?”
류민희는 말을 끝내고 무의식적으로 사무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작은 행동까지 전부 포착한 문석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류민희를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좀 궁금하네요. 류 비서님, 혹시 다른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일찍 오라고 하신 건가요?”
문석진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 작업 걸 생각은 꿈도 꾸지 마요. 난 서윤이만 좋아하고 그건 바뀌지 않는 사실이니까.”
말하며 문석진이 한 발짝 물러서자 멈칫하던 류민희가 눈빛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내가 눈이 멀어도 그쪽 같은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예요.”
류민희가 씩씩거리자 문석진은 오히려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알겠어요. 여자들은 항상 겉과 속이 다르지 않나요? 싫다고 할수록 더 원하죠. 아무리 그래도 서윤이 절친으로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요?”
문석진은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 말을 들은 류민희는 할 말을 잃었다.
‘피해망상증이라도 있나.’
“민희야, 일단 들어와.”
강서윤의 목소리가 사무실에서 흘러나오자 류민희는 문석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문석진은 긴장한 척 초조한 얼굴로 사무실 앞에 다가왔다.
“서윤아, 병원에서 언제 퇴원했어? 왜 별장으로 오지 않았어?”
시선을 돌린 문석진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강서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다니.
류민희가 문석진을 밀어냈다.
“길 막지 말고 비켜요.”
말을 마친 그녀가 다가가 서류를 가져가며 강서윤의 다리를 슬쩍 바라보았다.
봉합이 이렇게 잘될 줄이야.
문석진이 설명하자 강서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석진아, 나도 너 믿어. 이 문제는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이사회에 설명할게.”
강서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문석진의 불안하던 마음이 비로소 제자리에 안착했다.
“서윤아, 네가 꼭 도와줄 줄 알았어.”
문석진이 히죽 웃자 참다못한 류민희가 황급히 바람을 쐬러 나갔다.
그 시각 이미 강산 그룹의 이사진들이 아래층에 도착해 있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선 강서윤은 익숙한 얼굴들이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들 제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걸 기대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실망하게 해드렸네요. 문석진을 회사로 들인 건 저의 결정이고, 저 또한 옆에서 지켜보며 모든 서류가 제 손을 거쳤어요. 그 점에 대해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
강서윤이 선제공격을 하자 임원들은 침묵만 지켰다.
그때 예리한 강호중이 웃으며 말했다.
“서윤아, 뭘 그렇게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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