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강서윤이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뜻밖에도 허남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해요?”
복도에 서 있는 허남준을 바라보며 강서윤의 태도가 한결 누그러졌지만 표정은 여전히 냉랭했다.
이 말을 들은 허남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분만요.”
허남준은 시계를 흘끗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 말을 들은 강서윤은 여전히 의아했다.
시간이 서서히 흘러 1분이 다 되었을 무렵 강서윤의 몸도 순식간에 기울기 시작했다.
온몸이 떨렸다.
다리의 찌릿한 통증이 그녀를 괴롭혔다.
허남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강서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서윤 씨, 휠체어 준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따끔한 통증이 모레까지 지속될 겁니다.”
허남준은 겉으로 담담한 모습을 보여도 사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강서윤이 그토록 자신을 거부하던 모습이 떠올라 선뜻 도와주려고 나서지도 못했다.
당직 간호사가 휠체어를 가져왔을 때 강서윤의 얼굴은 이미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체념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시에 문석진의 말 중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도 혼란스러웠다.
강서윤은 문석진이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고 믿었다.
과거의 모든 기억이 그녀에 대한 문석진의 사랑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사회에서 건넨 사진은 또 어떻게 설명할까.
단지 그녀를 속이기 위해 이사회에서 거짓으로 조작한 사진은 아닐까?
아직도 강서윤은 무엇이 진짜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다시 한번 강타하자 강서윤은 정신을 차린 뒤 눈앞의 허남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날 밤 강서윤이 걱정에 모대기는 사이 별장에 있는 문석진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엄마, 허남준을 그냥 둬선 안 돼요. 강서윤에게 접근하도록 놔두는 건 더더욱 안 되고요.”
나지숙은 미간을 찌푸렸다.
“허남준이 정말 그렇게까지 한다고?”
허남준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지숙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허남준이 그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손을 내저었다.
“이 일은 나한테 맡겨. 허남준은 고작 의사야. 우린 그 점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나지숙의 눈에 의기양양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자 서서히 정신을 차린 문석진도 그 말에 동감했다.
“네 사촌 누나한테 연락해 볼게. 근래 경해에 왔다더라.”
나지숙의 말에 문석진이 멈칫했다.
“사촌 누나네 가족들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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