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민이 짐을 다 챙기자 밤이 늦어버렸다.
휴대폰이 침대에 있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
주경민은 짜증이 났고 심자영한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갑자기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고 문자가 들어왔다.
순간, 주경민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얼른 휴대폰을 들어 심자영이 뭐라고 보냈는지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고 난 주경민의 얼굴에는 실망과 싸늘함이 스쳤다.
강유리가 내일 몇 시 비행기냐고 물어본 문자였다.
주경민은 답장하지 않았고 심자영과의 채팅창을 열었다. 점심에 심자영이 보낸 그 문자에 머물러 있었다.
[오빠, 바쁘면 늦게 와도 돼, 기다릴게.]
그때 그가 강유리와 함께 맞춘 예복을 입고 있었다. 답장을 하려고 하는데 마침 강유리가 보게 되자 그는 대충 둘러대고는 휴대폰을 넣었었다.
그러고는 계속 답장하지 않았다.
주경민이 채팅 기록을 위로 넘겼는데 거의 모두 심자영이 보낸 문자였고, 가끔 그가 대충 답장한 말들이 있었다.
그때 심자영은 그의 변화를 눈치채고는 그한테 물어보려 왔었다. 분명 억울했지만 억지 미소를 끄집어내고 물었었다.
"오빠, 일이 많이 바빠? 진짜 바쁘면 자주 답장 안 해도 돼, 가끔 답장해도 난 충분히 기뻐."
주경민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때 자신이 했던 답을 기억하고 있었다.
"심자영, 너 진짜 짜증 나, 나한테 더는 그런 무료하고 쓸모없는 문자 안 보내면 안 돼?"
심자영의 기대에 찬 눈빛이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그 후로 그녀는 진짜 그한테 별로 연락하지 않았다.
주경민은 휴대폰을 쥔 채로 눈에 수심이 깊어졌다. 하지만 뭔가 생각났는지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아무런 글도 보내지 않았다.
늦은 밤, 주경민은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깼다.
꿈속에서 심자영이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심지어 심자영 본인의 물건도 많이 사라졌다.
마치 그녀가 이사를 간 것처럼 말이다.
그 생각이 들자 주경민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더는 불안함을 참지 못하고는 재빨리 방으로 뛰어 올라가 심자영한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너머로 여자 목소리로 된 기계음이 휴대폰이 꺼져 있다고 그에게 말해주었다.
주경민은 포기하지 않고 또 몇 번 걸었는데 여전히 받지 않았다.
여전히 꺼져 있다고 했다.
"아주 대단해지셨어, 감히 내 전화도 안 받아!"
주경민은 헛웃음을 쳤고 심자영이 화가 나서 일부러 전화를 안 받는 줄 알았다.
그는 채팅창을 열어 재빨리 문자 두 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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