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큰비가 쏟아져 기온도 급하강했다.
빗속에서 흠뻑 젖어 큰일이 날 뻔했는데도 그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순순히 떠나겠다니, 수상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불신 어린 표정에 주경민은 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진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에 날 데려다준 그 주소로 이따가 차 좀 보내줘.”
진철수의 대답을 들은 뒤 주경민은 전화를 끊고 심자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지? 이젠 믿겠어?”
심자영은 아직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주경민이 떠나기로 한 이상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밥 먹자.”
주경민은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들어가 준비한 아침 식사를 꺼내 왔고 두 사람은 조용히 마주 앉아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심자영은 출근은 뒤로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주경민이 물건을 챙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학교에 나가야 했지만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렸고 심자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 모습에 주경민은 마음이 답답해졌다.
심자영, 내가 그렇게 보기 싫은 거야?
마음속에 허전함이 밀려왔지만 주경민은 캐리어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심자영도 학교에 가야 해서 가방을 들고 그 뒤를 따라 내려왔다.
두 사람은 앞뒤로 마당을 나섰고 역시나 익숙한 차가 보였다.
"학교까지 데려다줄까?"
심자영은 고개를 저었다.
"난 스쿠터 타고 갈게."
강유리는 힐리우스에서 어르신과 마주치며 살기 싫어졌다.
그날 그녀의 물건들은 메이드들로 인해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했고 또 어르신의 태도로 인해 많은 것이 손상되고 더럽혀졌다.
강유리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주성호는 카드를 주면서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했다.
어르신을 피하기 위해 강유리는 아침 일찍 카드를 들고 조정안과 함께 쇼핑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강유리가 힐리우스에 들어온 후 알게 되었다.
조정안의 아버지는 몇 년 사이에 큰돈을 벌어들인 졸부지만 주씨 가문과 같은 명문가와 비교할 수 없었다.
재벌들은 졸부를 무시했기에 조정안도 이 바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처음 파티에 참석했을 때 그녀는 재벌가 자녀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체면을 잃을 뻔했는데 강유리가 그녀를 도와주게 되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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