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늘 본 적 있어요?”
강도현은 오늘 늦잠을 자느라 정오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러더니 뭔가 떠오른 듯 덧붙였다.
“차소리는 들었어요. 근데 여기서 멈추진 않았고요.”
장평 마을은 비록 가난하고 낙후한 곳이지만 차를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다.
하여 차가 오가는 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심자영은 문을 열려고 앞으로 다가갔다가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강도현에게 말했다.
“저녁에 우리 집에서 같이 식사할래요?”
강도현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내가 옆에서 도울게요. 마침 요리하는 것 좀 가르쳐주세요. 맨날 라면만 먹는 것도 지겨워요.”
마지막 한 마디는 아주 서글프게 들려왔다.
이틀 동안 주경민 때문에 심자영은 강도현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강도현 역시 그런 상황에 심자영을 찾아가기 어려워 집에서 라면만 끓여 먹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부엌에 들어간 적 없는 강도현에게 라면이 최선이었지만 그조차도 설익거나 맛이 없었다.
며칠 사이 그는 살이 빠졌다.
“그래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
어르신은 비록 장미숙 모녀가 눈에 거슬렸지만 주성호의 중재 덕분에 더는 쫓아낸다는 말도, 꼬투리를 잡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좋은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다.
장미숙은 워낙 영리한 성격이라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조용히 지냈다.
이 상황에 또 소란을 피운다면 주성호도 언젠가는 그녀에게 질릴 것이라 그녀는 요즘 어르신의 환심을 사려고 애를 썼다.
어르신은 아들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봐 직접 장미숙 모녀를 쫓아낼 수도 없었기에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다.
추영자는 앞에 놓인 검고 냄새가 고약한 탕약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르신이 그날 한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니...
“뭐 하고 있어? 빨리 마셔. 약 식을라.”
어르신이 재촉했다.
“이 약... 안 마실래요.”
그녀는 약을 밀어내며 차분히 거절했다.
“뭐라고?”
어르신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기 귀를 의심했다.
추영자는 여태 그녀에게 한 번도 반항한 적이 없었다.
어르신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아직도 아이를 낳기 싫다는 거야? 네 형부는 이미 없어. 네 뒤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야. 영자야, 난 네가 착하고 고분고분해서 내 아들과의 결혼을 허락한 거야. 다른 여자들처럼 철없이 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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