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가 사과해야 해요?"
조해성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얘도 나한테 주먹질했잖아요! 선생님, 제 얼굴 안 보여요? 부어오른 거 안 보여요? 사과할 거면 얘가 먼저 해야죠! 왜 제가 먼저 해야 돼요?"
그는 고개를 홱 돌려 이송백이 쥐고 있는 낡은 장갑을 힐끗 보며 비웃었다.
"고작 낡은 장갑 하나 가지고 왜 난리야? 그깟 거 다시 사주면 될 거 아냐?"
이 말을 듣자 이송백의 두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주먹을 꼭 쥔 채 분노 가득한 눈길로 조해성을 노려보았다.
"넌 아무것도 몰라. 이건 우리 엄마가 직접 떠준 거야!"
조해성은 순간 움찔하더니 표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송백의 모습에 심자영은 마음이 덜컥 아려왔다.
어쩐지 이 아이를 보고 있자니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숙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울지 마, 송백아. 장갑이 망가졌다면 선생님이 내일 새 걸 사줄까?"
이송백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요."
심자영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건 어때? 자세히 보니 실이 다 풀어진 건 아니더라고. 송백이 엄마가 망가진 부분만 다시 뜨개질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거야."
하지만 이송백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손에 쥔 엉망이 된 실타래를 소중하게 감싸안으며 목이 쉬어라 말했다.
"안 돼요. 다시 짤 수 없어요. 우리 엄마… 이제 이 세상에 없어요."
심자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제야 이 아이가 왜 장갑을 지키려 필사적으로 싸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저리고 코끝이 시큰해졌다.
"…선생님을 믿어볼래? 내가 이 장갑 다시 짜줄게."
심자영이 뜨개질을 배운 건 고등학생 때였다.
"송백아, 네가 화가 난 건 이해해. 하지만 친구를 때리는 건 옳은 행동이 아니야.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선생님에게 알려줘. 싸우는 대신 선생님과 함께 해결하자, 알겠지?"
이송백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야 조해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조해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었다.
심자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성아,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친구와 잘 지내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이제 송백이에게 사과해. 그리고 다시는 이런 행동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조해성은 자신이 큰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손을 만지작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난… 몰랐어."
심자영이 또 한 번 단호하게 말했다.
"진심으로 사과해야지."
그제야 조해성은 비로소 고개를 들고 이송백을 마주 보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미안해. 앞으로는 네 물건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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