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주경민은 침대 옆에 엎드려 깜빡 잠이 들었다.
병상 위, 심자영은 갑자기 숨이 가빠지며 창백한 얼굴로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이마에는 주름이 잡혔고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마치 심연에 빠진 듯했고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러다 차가운 물이 심자영의 머리 위로 차오르며 그녀를 덮쳤다.
곧 옷이 몸에 달라붙어 팔다리를 옭아매고 그녀를 끌어당기며 계속해서 가라앉혔다.
그러다 도움을 청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차가운 물이 입안으로 들어왔고 질식감이 가슴 속에서 퍼져 나갔다.
그녀는 점점 의식을 잃어갔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한 차량 안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차 안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인테리어를 보며 심자영은 멍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떨리며 앞좌석에 앉아 있는 부부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입을 열려고 했지만 몸이 너무 떨려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꿈일까 봐 두려웠다.
그 순간, 조수석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돌려 심자영을 바라보며 따뜻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자영아, 엄마가 오늘 그린 이 그림 마음에 들어? 다 그리면 네 방에 걸어줄까?"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아내를 향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이 그림 출품하는 거 아니야? 자영이가 좋아한다고 바로 준다고?"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자영이가 좋아하는 게 제일 중요해. 그 전에 나랑 같이 그림 배우고 싶다고 했잖아. 나중에 화가가 될 거라고."
"그럼 좋지, 그렇게 되면 우리 집에 화가가 두 명이나 생기는 거야."
남자는 웃으며 심자영을 돌아보았다.
"우리 자영이가 배우고 싶다면 아빠가 돌아가서 바로 도구도 사주고 최고의 선생님도 모셔 올 거야. 우리 딸이라면 분명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어."
익숙한 두 얼굴을 바라보는 심자영의 얼굴엔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열어 간신히 말했다.
"너랑 네 엄마는 재수 없는 년들이야. 너희들이 내 아들을 죽인 거야. 괜히 그딴 데 가서 그림이나 그린다고 설치지만 않았어도! 내 아들은 죽지 않았어! 왜 너만 살아남은 거야? 널 지키려고 두 사람이 죽었어. 네가 그 둘을 죽인 거야!"
김정화는 평소 깔끔하게 얹어 올렸던 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는데 심자영의 아버지와 닮은 얼굴은 증오로 인해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심자영의 작은 팔을 잡아당기며 그녀의 울부짖음을 무시한 채 밖으로 끌어냈다.
심자영은 그제야 자기가 일곱 살 때의 모습으로 변한 것을 깨달았다.
김정화는 그녀를 문밖 눈밭에 내동댕이쳤는데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 차 있었다.
"난 절대 널 용서하지 않아. 우리 가문도 널 받아줄 수 없어. 여기서 무릎 꿇고 반성해!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일어나지 마!"
심자영은 눈밭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고 차가운 한기는 작은 아이의 뼈를 타고 온몸으로 스며들더니 곧 몸이 굳어져 갔다.
이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담담한 향기가 나는 코트가 그녀의 어깨에 걸쳐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낯익은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그녀는 넋을 잃고 말았다.
곧 그 사람은 그녀를 단단히 품에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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