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까지만 해도 성승윤은 방민아가 단순히 질투심에 사로잡혀 일부러 심자영을 헐뜯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확신했다.
심자영은 고아였다.
배경도 신분도 없는 소녀가 어떻게 그렇게 비싼 학교에 다니고 지금처럼 기품 있는 자태를 가질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했다.
누군가가 그녀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 아무런 대가 없이 한낱 남을 위해 그렇게 큰 지원을 해 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비싼 학비를 부담하면서까지 그녀를 돕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그렇다면 어제 학교에서 본 그 남자는?
그 남자가 정말로 심자영의...?
성승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심자영의 서류에 첨부된 사진을 보며 비웃음 섞인 냉소를 흘렸다.
"순진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남자한테 놀아난 기녀였군. 어쩌면 미성년자 때부터 그 남자한테 짓밟혔을지도 몰라."
이 순간, 성승윤의 마음속에서 거친 악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심자영에게 다가가려고 했었다.
그녀와 친해지려고 일부러 말을 걸고 호감을 표현한 적도 있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의 관심을 받아주지 않았다.
아니, 아예 그를 피하려고까지 했다.
그녀가 그를 거부했던 이유가 이제야 분명해졌다.
"그냥 도도한 척하는 게 아니라 날 깔보고 있었던 거였군. 돈 많은 스폰서한테 몸을 팔면 정말 상류층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어림없는 소리였다.
어제 본 그 남자가 정말로 그녀를 아낀다면 왜 심자영이 이런 시골까지 오게 된 걸까?
아니면 정말 방민아 말대로 그 남자는 유부남이고 심자영은 상간녀란 말인가?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 외진 곳으로 몸을 숨긴 건가?
"한 달 넘게 안 왔잖아요. 오랜만에 한 번 들러봤어요."
"내가 내 컴퓨터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몇 번은 말했던 것 같은데."
성문철은 살짝 불만스러운 듯했지만 별다른 감정은 담겨 있지 않았다.
성승윤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자료 좀 찾아봤을 뿐 딱히 건드린 건 없어요."
"다음부터는 조심해. 괜히 규정 위반으로 걸리면 좋을 게 없어."
성문철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며 가볍게 아들을 타일렀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왔으면 네 엄마부터 만나보는 게 순서 아니야? 너 이렇게 나한테만 오면 네 엄마가 또 나한테 뭐라 한단 말이야."
"알아요, 제가 온 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걱정 마세요. 이따가 바로 엄마한테 가볼게요. 아버지도 저녁에 같이 가시죠?"
"그래, 네가 왔다는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미뤄야지."
성문철은 흔쾌히 대답하며 슬쩍 아들을 바라보더니 문득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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