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녀를 위해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이 늙은 마녀를 화나게 하면 주성호의 체면도 보지 않은 채 이 모녀를 내쫓을 수도 있기에 강유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떠올리며 분노를 애써 삼켜야 했다.
어르신은 두 여자의 얼굴을 훑어보며 차갑게 경고했다.
"만약 다시 한번 우리 집에서 이간질이라도 한다면 네가 낳은 그 천한 년을 데리고 당장 주가에서 나가! 내 성격과 수단을 너도 잘 알겠지?"
말을 마친 어르신은 콧방귀를 뀌며 거실을 떠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성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위층에 있던 강유리조차 그들의 다툼을 들었는데 주성호가 못 들었을 리 없다.
그렇다면 그는 일부러 나서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와 딸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둘 다 얼굴이 굳어졌다.
"엄마, 아까 위층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죠? 아저씨는 항상 엄마 편이었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강유리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혹여 들릴까 봐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며칠 전 엄마를 자극한 후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상황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그녀가 주경민과 결혼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그 가능성이 떠오르자 강유리는 더욱 다급해져 장미숙의 손을 꽉 잡았다.
장미숙도 사태가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다.
그날 딸의 말을 계속 곱씹어 보았는데 생각할수록 그 말이 맞다고 느껴졌다.
주성호가 자신을 아내로 맞이할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의 마음에 다른 여자가 자리 잡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오늘 밤 주성호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정성껏 국을 끓였으며 일부러 손을 데며 자세를 낮추어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주씨 가문에 들어온 지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처음에는 추영자도 반발했지만 주성호가 늘 그녀 편을 들어 추영자를 꾸짖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해졌다.
그러다 추영자는 결국 완전히 체념하고 그녀의 도발과 모략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다니?
이건 분명 심자영이 자기가 써먹은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걸 발견하고 추영자에게도 부추긴 것이다!
"그때 그 샹들리에는 왜 심자영의 손만 다치게 했을까? 그 자리에서 그냥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그럼 이 모든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거 아니야!"
장미숙의 눈빛은 섬뜩하게 번뜩였다.
그때 그녀가 더 독하게 굴었다면 이 모든 귀찮은 문제를 미리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때 주경민이 강유리에게 너무 신경을 쓰지만 않았어도, 강유리를 사사건건 감싸주고 그녀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지만 않았어도 장미숙은 심자영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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