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민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마음속의 실망감을 조용히 감췄다.
"일단 밥부터 먹자. 그리고 네가 가져와 달라고 한 거 챙겨 왔으니까 밥 다 먹고 줄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테이블 위의 것들을 정리하고 가져온 반찬들을 하나둘 꺼냈다.
테이블 가득 차려진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
심자영의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주경민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같이 먹자."
주경민은 그녀를 위해 이렇게 한 상 가득 차려놓고도 정작 본인은 늘 끼니를 대충 때우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도 그는 일에 치여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았고 그녀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주경민이 위통으로 병원에 실려 갔을 때였다.
그날, 아무리 연락해도 주경민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추영준에게 연락해서야 그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린 후, 그녀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은 한 번도 그의 입에 들어가지 못했다.
오늘도 주경민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그녀에게 내어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대충 몇 입만 떠먹고 서둘러 온 게 분명했다.
그것을 알기에 그녀는 그가 조금이라도 더 챙겨 먹길 바랐다.
주경민은 예상치 못한 그녀의 건의에 놀란 듯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심자영이 먼저 그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그들 사이의 관계도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걸까?
하지만 심자영은 그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나 내일 퇴원할 수 있어. 오빠는 돌아갈 항공편 예매했어?"
순간 주경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애써 웃으며 침착하게 답했다.
"걱정 마. 이번엔 거짓말 안 해. 추 실장한테 예매해 달라고 했어. 네가 퇴원하면 바로 떠날게."
주경민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심자영은 이번만큼은 그가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몸이 나아졌으니 그녀는 그를 위해 직접 떠 주기로 했다.
첫 제자로서 미숙한 점도 많았지만 최소한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주경민은 이미 신태욱에게 그녀가 이 일을 맡게 된 사연을 들었기에 묵묵히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손끝으로 실을 만지며 조심스럽게 실타래를 정리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주경민의 눈빛은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그는 문득, 아주 오래전 그녀가 직접 떠준 목도리를 떠올렸다.
그때 그는 그것을 보물처럼 아끼며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그 목도리를 깊이 숨겨야만 했다.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에 대한 그녀의 실망은 그때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심자영이 자신의 곁을 떠날 리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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