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비서는 깜짝 놀라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회장님 지금 정말 바쁘십니다. 오늘은 중요한 회의니 차라리 회장님께서 일이 끝나고 저녁에 댁으로 돌아가시면 그때..."
"그만."
추영자는 별다른 인내심 없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네가 하는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그냥 내가 한 말을 그대로 회장님께 전하면 돼. 난 단 30분만 기다릴 거야. 30분 내로 오지 않으면 직접 회사로 찾아간다고만 해."
말을 끝낸 추영자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으며 조 비서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조 비서가 주성호의 허락 없이 그의 전화를 받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시간을 끌며 그녀를 무마하려는 속셈일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오늘 피한다고 해서 평생 그녀를 피할 수 있을까?
...
주씨 그룹, 회장실
무거운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조 비서는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주성호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회장님, 사모님께서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주성호의 얼굴은 먹구름이 낀 듯 어두웠다.
조 비서가 스피커폰을 켜놓은 덕분에 방금 전까지 들리던 추영자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추영자에게 물러날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주성호는 이를 악물고 차가운 눈빛으로 비서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입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아들었어?"
조 비서는 울상을 지으며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회장님의 전화를 대신 받았을 뿐인데 이토록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될 줄이야.
회장님과 사모님이 이혼을 논의하고 있다니...
그런데 회장님의 태도를 보니 어쩐지 사모님을 완전히 놓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회장님은 분명 다른 여자를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비록 선을 보러 가는 건 원치 않았지만 시여진의 집안이 자신의 미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뒷배가 되어 준다면 앞으로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초라한 시골 마을에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교육 봉사를 가장해 가식적인 명성을 쌓을 필요도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시여진에 대한 성승윤의 기대가 커졌다.
어차피 출세 앞에서 다른 여자들은 그저 인생의 한순간을 즐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니 굳이 감정을 쏟을 필요는 없었다.
심자영의 진짜 배경을 알고 난 후 그는 그녀도 다른 여자와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의 얼굴이 그렇게까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면 방민아보다 나을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 때의 눈빛이 떠오르자 성승윤은 가슴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는 걸 느꼈다.
그는 혀로 입술을 훔치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힘차게 엑셀을 밟았다.
차는 순식간에 도로를 질주했다.
문득 성승윤의 머릿속에 한 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시여진을 만나고 오후엔 장평진으로 돌아가 심자영을 직접 만나러 갈 것이라고, 그리고 가능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그녀를 손에 넣을 것이라고.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의 기회를 이용해 하루라도 빨리 그 지긋지긋한 곳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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