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은 그의 낯빛이 안 좋자 입을 다물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고 결국 집사가 나섰다.
"사모님이 아가씨 방에 있는 짐을 모두 옮기셨어요, 아가씨가 한동안 나가 산다고 하셨는데 저희도 감히 더 묻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집사는 뭔가 떠올린 듯 심자영이 살았던 방의 옆에 있는 창고를 가리켰다.
"아가씨의 남은 물건들이 저 창고에 있는데 보실래요?"
주경민은 눈빛에 희망이 생기더니 얼른 집사한테 열쇠를 달라고 하고는 문을 열어 창고에 들어갔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더 볼 필요도 없이 주경민은 창고에 가득 쌓인 물건들이 바로 그가 전에 심자영한테 선물했던 물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옷과 가방이며 액세서리랑 주얼리까지, 그녀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물건만 갖고 갔고 그가 선물한 건 모두 이 집에 버렸다.
그 순간, 처음 느끼는 공포가 주경민의 심장을 스쳤다. 그는 드디어 더는 심자영이 자신한테 화가 나서 이러는 거라고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그녀는 진짜 갔다, 그를 떠났다.
집사와 추영준이 그의 뒤를 따랐기에 당연히 창고에 있는 걸 모두 보았고, 순간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아무도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집사도 심자영이 그냥 일시적으로 화를 내면서 당분간 나가 사는 줄 알았지, 그녀가 정말 주씨 저택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가씨가 어려서부터 주씨 저택에서 살았고, 진작에 주씨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었는데 떠날 리가 없잖아?
문 손잡이를 잡고 있던 주경민은 손에 힘을 주었는데, 마치 현실을 도피하는 것 같기도 했고 더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연신 뒷걸음치더니 펑하고 묻을 닫아버렸다.
그러고는 뒤돌아 집사와 하인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다들 죽었어? 아가씨가 계속 집에 안 돌아왔는데 전화도 안 해? 찾지도 않아?"
주경민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소파에 털썩 앉았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았고 숨이 막혀 미칠 것 같았다.
하인들도 서로 일을 보느라 바빴고 자신한테 불똥이 튈까 봐 아무도 그의 앞에서 알짱거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영준이 바로 보고했다.
"알아냈어요, 사모님이 지금 바로 회사에 있어요."
주경민이 벌떡 일어났고 두 걸음도 못 갔는데 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는 표정이 어두워진 채로 전화를 받았고 주성호의 분노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
"주경민, 내가 평소 그렇게 가르쳤어? 일도 완성 못했는데 누가 함부로 해성시에 돌아오라고 했어? 게다가 유리를 혼자 그곳에 두고 말이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
"지금 당장 티켓 끊고 해남으로 가, 가서 유리 데려와. 사흘 뒤면 너희 약혼식이야, 감히 이 상황에 무슨 사달이 생기면, 절대 가만 안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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