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민은 멍하니 서 있었다.
머릿속에 갑자기 추억들이 떠올랐다.
심자영이 처음 주씨 저택에 왔을 때, 소심했고 조심스러웠고 다른 사람을 눈치를 보기에 급했다. 아마 얹혀산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녀는 아주 얌전하고 말도 잘 들었다. 분명 집에 하인들이 많은 걸 해주지만 그녀는 아무 조건도 제기하지 않았고 감히 그한테 요구하지 못했다.
주경민은 학교를 가야 하기에 시시때때로 심자영을 보살필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집에 없을 때면 하인들이 몰래 심자영을 괴롭혔고, 주씨 가문 사람들이 없을 때면 몰래 심자영한테 일도 시키고 그녀를 모욕하는 것도 몰랐다.
그들은 계속 심자영한테 주씨 가문에 얹혀사는 양녀일 뿐이라면서, 얌전하게 굴지 않고 말 잘 안 들으면 언젠간 집에서 쫓겨날 거라고 했다.
다시 버림받는 게 두려워서일까, 심자영은 한 번도 그한테 이른 적 없었다. 매번 주경민이 집에서 즐겁게 보냈는지, 누가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물을 때면 심자영은 늘 환하게 웃으며 잘 지낸다고 했었다.
그러다 한 번은 주경민은 점심에 실수로 옷이 젖어서 집에 갈아입으러 왔었는데, 마치 심자영이 걸상에 서서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걸 보게 되었다.
그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걸상에서 넘어지면서 그릇을 하나 깨트렸다.
주경민이 막 뛰어가려고 하는데, 하인이 듣기 거북한 말로 심자영이 쓸모없다고, 폐물이라면서 언젠간 주씨 가문에서 쫓겨날 거라고 하는 걸 들었다.
심자영은 손이 다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쪼그리고 앉아 사기 조각을 주었다.
주경민은 그때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주씨 가문은 교양이 아주 좋았다. 주경민이 도도하고 오만했어도 뼛속깊이 갖추고 있는 고상함이 있었기에 모두에게 예의를 갖췄다. 하인들한테도 꽤 다정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날, 주경민은 크게 화를 냈고, 심자영이 그동안 주씨 저택에서 당한 일들을 모두 조사하고는, 심자영을 괴롭혔던 하인들을 모두 해고했다.
하지만 사실 별로 속상하지는 않았다.
강유리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모두 성장했고 더는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서로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 했기에 그녀는 주경민이 예전처럼 자신을 대하기를 바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주경민은 그녀한테 빚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빠, 사실 오빠가 해성시에 날 찾으러 올 줄 몰랐어, 난 내가 떠나기 전에 남긴 그 문자면, 오빠가 내 선택을 충분히 알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사실 오빠도 우리가 진작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그냥 여기 있게 해 줘, 그게 우리 둘한테 모두 좋아."
주경민은 눈을 번쩍 뜨더니 경악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문자라니? 난 네 문자 받은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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