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속삭임 นิยาย บท 149

진수빈은 앞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

“왜 그런 말을 해?”

문가영은 한참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원했던 건 연애였어요. 우리 관계가 단지 책임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니라.”

마침내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자 내내 가슴에 걸려 있던 돌덩이가 툭 떨어졌다.

진수빈과 만난 이후로 처음 며칠은 기뻤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연인이라 하기엔 그렇게 보이지 않고, 아니라고 하기엔 연인 사이에 할 일들을 하니까.

그들의 관계는 변함없이 여전히 유명무실한 약혼자 타이틀만 걸어놓은 채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20년 넘게 만난 사람이라곤 진수빈 하나라 문가영도 홀로 무척 혼란스럽고 고민이 되었다.

고개를 숙인 그녀가 얽혀있는 손가락을 바라보며 꼬물거렸다.

진수빈의 눈썹이 일그러지며 마디가 분명한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문가영에게 물었다.

“연애하는데 책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문가영이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연애에 책임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책임만 있고 감정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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