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오늘 데이 근무라 원래는 4시가 되자마자 바로 퇴근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저녁 8시 10분인 지금까지 여전히 이렇게 병실에 서 있다.
정승진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이가인을 보며 말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 주면 안 돼? 네 얼굴 제대로 안 보이잖아.”
이가인은 그 말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퉁명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병균이라도 옮으면 어떡해.”
“나 방금 무균 구역인 수술실에서 나왔잖아. 병균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쯤 다 죽어 없어졌을 거야.”
“기왕 수술하는 거 뇌도 좀 봐달라고 하지 그랬어? 뭐, 어릴 때 꿈이 영웅이었나? 나서는 게 취미야?”
이가인의 날 선 말에도 정승진은 알아서 좋은 말로 필터링해 들었다.
“나 정말 괜찮으니까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이가인은 그 말에 괜히 울컥하는지 저도 모르게 발끈했다.
“너는 네가 무쇠 인간인 줄 알지? 그래서 그렇게 무모한 거지?”
하지만 말을 마친 후 그녀는 곧바로 후회했다. 정승진이 기분 좋은 듯 배시시 웃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조심할게.”
이가인은 기분이 언짢다는 분위기를 한껏 풍기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 하는 건지 정말 몰라? 나는 네가 이곳에서 잘못되는 게 싫다고. 나 때문에 여기로 와서 그런 꼴이 됐다는 말 같은 거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데? 언젠가는 병원 사람 전부가 다 내가 너 때문에 여기로 왔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너 솔직하게 말해봐. 영민 씨한테 뭐라고 한 거 맞지?”
이가인이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그냥 너 걱정할까 봐 말 좀 전해달라고 한 것뿐이야. 다른 말은 안 했어. 진짜야.”
정승진의 해명에 이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영민 씨가 바보인 줄 알아?”
“나 정말 평소에 엄청 주의하고 있어. 너랑 나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얘기를 일부러 흘린 적도 없고. 사람들의 눈치가 생각보다 좋은 게 내 탓은 아니잖아?”
병원에서 나오기 전, 이가인은 당직을 자원한 조영민과 장우진을 찾아가 잘 부탁한다고 얘기를 했고 두 사람은 걱정하지 말라며 그녀를 안심시켜 주었다.
이가인이 막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정승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승진은 지금 손을 다친 상태였으니까.
“여보세요?”
“도착했어요?”
“응... 근데 전화는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조 선생님이 도와줘서 연락했어요. 바로 옆에 있거든요.”
정승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전화기 너머로 조영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교수님은 제가 잘 챙겨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뭐 전할 말 같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해요.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그래. 그럼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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