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긴가민가한 얼굴의 장윤주에게 확신을 심어준 정승진의 말에 머리가 다 지끈했다.
마음 같아서는 큰소리로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의 부모님 앞이라 참고 또 참았다.
“아, 오해하지 말아요. 가인 씨가 유성으로 온 된 뒤로는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해줬으니까. 내가 가인 씨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건 전에 오진시에 있을 때 얘가 여자친구 이름을 얘기해줘서예요.”
장윤주의 말에 이가인은 얼굴이 순식간에 화끈해 났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장윤주는 머릿속이 지진 난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구정 때 가인 씨랑 함께 보자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까 가인 씨가 자기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서 유성시로 가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구정 때 승진이 할아버지가 쟤를 잡아두지 않았으면 아마 진작에 명절이고 뭐고 가인 씨 찾으러 갔을 거예요.”
“...”
이가인은 지금 이 상황이 꿈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금 같은 미친 상황은 반드시 꿈이어야 했으니까.
장윤주는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이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둘은 다시 만나는 거예요?”
이가인은 순간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에 몸을 움찔 떨었다.
그때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계속 듣고 있던 장승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엄마, 가인이 아직 나 용서 안 했어요.”
‘정승진 너 진짜...!’
이가인은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였다며 이를 꽉 깨물었다.
장윤주는 정승진의 말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아차 싶은 얼굴로 이가인을 바라보았다.
“어머, 미안해요. 내가 감성이라고는 일도 없는 애들이랑 맨날 같이 있다 보니까 그 애들을 대하는 것처럼 말이 너무 직설적으로 나왔네요.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
이가인은 서둘러 손과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때 정승진이 담담한 얼굴로 또다시 끼어들었다.
“엄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가인이는 나랑 관련된 일에만 화를 내는 편이라 엄마한테는 화를 안 낼 거에요.”
이가인은 정말 진심으로 정승진의 머리통을 세게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녀를 구제하듯 반가운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이가인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간호사가 잠깐 시간을 내달라는 말에 얼른 다시 정승진의 부모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편히 얘기 나누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정영훈과 장윤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우아한 모습으로 그녀를 보냈다.
병실에서 나온 후 이가인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힘 없이 벽에 기댔다.
“괜찮아요. 혹시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뭐 좀 사고 싶은데 근처에 마트나 슈퍼 같은 거 있어요?”
“네, 있어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두 사람은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가인은 장윤주가 무슨 말을 할지 벌써 예상이 갔다. 사랑하는 아들이 손을 심하게 다쳤는데 세상에 어떤 부모가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정승진은 손기술로 먹고사는 의사라 더욱더 마음이 아플 것이다.
장윤주는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요. 승진이랑 같이 있는 걸 보고 나는 당연히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나 때문에 많이 곤란했죠?”
“아니에요! 충분히 오해하셨을 만한 상황이었어요.”
이가인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전에 승진이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어요. 가인 씨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착하다고. 그래서 불쌍한 사람도 잘 못 지나치고 싫은 사람도 대놓고 싫어하지 못한다고.”
이가인은 눈을 크게 뜨며 바로 부인했다.
“저 승진이 안 싫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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