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제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승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얼른 집에 들어가. 벌써 어두워졌다.”
이가인은 이런 상황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무슨 일 있어?”
정승진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아니, 괜찮아. 어서 들어가. 늦었으니까 조심하고.”
이가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 이렇게 말이 많아? 할 말 있으면 그냥 하면 안 돼?”
그러자 정승진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넓은 어깨가 오늘따라 외롭고 쓸쓸해 보였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이가인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쓰였다.
순간, 그녀는 오늘 있었던 답답함과 짜증 나는 일들은 모두 잊은 채 그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만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이가인은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이가인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혹시 두 분이 정승진한테 지금 이가인이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가 있다는 말을 한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전민우를 떼낸 사람이 바로 정승진인데 그가 사건의 자초지종을 모를 리 없다.
‘나한테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건가?’
정승진이 침묵하는 몇 분의 시간 동안, 이가인은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참 후, 정승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야. 늘 내 생각만 생각하고... 너를 좋아해서 내 마음을 숨김없이 표현했고, 헤어지는 게 싫어서 계속 매달렸어. 게다가 네가 새 남자 친구를 사귈까 봐 너에게 다가가는 모든 사람에게 훼방을 놓았지. 가장 너를 위한다는 일 역시 최대한 내 감정을 억누르고 내 사랑을 숨기는 거였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것조차 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떠날까 봐, 헤어짐에 대해 혼자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거겠지. 난 그냥 너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난 그렇게 착한 너를 이용하고, 마음 약한 너를 이용한 거야. 지금은 너한테 아픈 나를 보살펴달라고까지 하다니... 엄마가 나한테 그러더라, 네가 뭔데?”
정승진은 빨개진 눈시울로 고개를 들어 이가인을 바라보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가소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게. 내가 뭔데?”
그리고 정승진의 말에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이가인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가인은 주먹을 꽉 쥐고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정승진은 그런 이가인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아마 이가인은 가해자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형을 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죽어서라도 정승진의 목숨값을 물어내게 할 것이다.
정승진은 이가인의 빨개진 눈시울과 애써 담담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가인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그의 손을 피했다.
정승진은 바로 억울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나한테 잘해줘.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이가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병실을 나가지 않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가인도 그렇게 감성적이거나 감정 컨트롤이 잘 안되는 성격이 아닌데 정승진이 그런 표정으로 자신이 정말 죽으면 어떻게 할지 물어보니 덜컥 겁이 났다.
이가인은 화장실 문을 살며시 닫기만 할 뿐 잠그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승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가인은 바로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았다.
정승진은 뒤에서 그녀에게 백허그를 했고 이가인이 몸부림치려던 찰나, 그의 손에 두껍게 감긴 붕대를 보자 온몸에 힘이 쫙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놔.”
그러자 정승진은 그녀를 더 꽉 껴안으며 말했다.
“절대 안 놓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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