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정말 그렇기 때문이겠지.”
“...”
정승진은 이가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해서 말을 내뱉었다.
“나 너랑 잘해보고 싶은 거 맞아.”
이가인은 그 말에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물었다.
“왜?”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왜 그렇게 말도 안 된다는 얼굴인 건데?”
“그야...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정승진은 그 말에 장난기가 조금 어린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뭐?”
“말하는 게 꼭 신중하게 남편감 고르는 결혼 적령기 여성 같길래.”
이가인은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
“우린 안 어울려.”
“이유는?”
정승진이 물었다.
이에 이가인은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훅 내뱉었다.
“내로남불인 건 아는데 난 원나잇 하는 남자 안 좋아해.”
두 사람은 현재 식당의 제일 구석 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그리 큰 것도 아니었는데 ‘원나잇’이라는 말에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두 사람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가인은 어차피 입 밖으로 나온 거 차라리 잘됐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얘기를 할 생각으로 자세를 한번 고쳐 앉았다.
한편 정승진은 그녀의 말에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 얘기 해도 되는 거야?”
그러고는 그녀가 얘기의 물꼬를 트기를 기다렸다는 듯 몸을 조금 앞으로 기대며 말을 이어갔다.
“그날 클럽에서 네가 내 손 잡았을 때 난 한눈에 알아봤어. 네가 바로 그때 종사로에서 다친 남자를 도와줬던 여자라는 걸.”
이가인은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너랑 호텔로 간 건 단순히 네가 예뻐서 너랑 자고 싶었던 게 다야. 그런데 자고 나니 너랑 연애하고 싶어졌어.”
건너편 테이블의 손님들은 이미 젓가락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그들은 식사하러 왔다는 온 본래의 목적을 잊고 오직 두 사람의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가인은 정승진이 이렇게도 돌직구로 얘기할 줄은 몰라 한순간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혹시 그날 밤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거야?”
정승진의 말에 이가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역시 떨림은 감출 수 없었고 정승진은 결국 그녀가 원나잇은 처음이라는 걸 알아채고 말았다.
이가인은 그날 밤 일을 떠올리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때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정승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 뭣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랑 있을 때는 기분 나빴던 거 잠시 잊을 수 있었잖아. 그리고 그렇다는 건 내가 그 순간만큼은 널 기분 좋게 만들었다는 뜻 아니야?”
이가인은 그 말에 표정이 잠시 복잡해졌다.
“혹시 섹파가 필요한 거야?”
“나는 그날 네가 그렇게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만약 안 갔으면 나랑 연애할 생각이었고?”
정승진은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비꼼을 정확히 알아듣고 조금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도 그날 이유가 뭐가 됐든 나랑 자고 싶어서 날 고른 거잖아. 서로 성적으로 끌렸기는 너나 나나 매한가지 아니야?”
이가인은 그 말에 뜨끔했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맞아. 그날 너나 나나 서로 누구 하나 손해 본 거 없이 만족했으니까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 그리고 확실하게 말하지만 난 원나잇 한 상대랑 친구 하고 싶은 생각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냥 동료로서 지내는 거로 해.”
이가인은 말을 마친 후 정승진이 뭐라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승진은 그녀를 따라나서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 이 한마디만 건넸다.
“푹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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