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연애의 시작 นิยาย บท 147

남들이야 집 앞에서 막혀 곤란한 일이 생긴다고 하지만 집 안에서까지 막혀 괴롭힘당하는 건 처음 봤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으로 걸어가면서도 이가인의 속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었다. 정승진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무기력한 자신이 더 답답했다.

아침 회진 때, 이가인은 또다시 원장 친척의 병실에서 차민환을 마주쳤다. 여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고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가인은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닐까 싶었다. 요즘 이불을 머리까지 덮은 사람만 보면 자동으로 정승진이 떠오르고 그가 한 손으로 텐트를 받치고 있던 장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오늘 차민환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가인은 그의 어머니와 간단히 대화를 나눈 뒤 병실을 나와 다음 회진을 이어갔다.

현재 정형외과에는 간이침대까지 포함해 총 63명의 환자가 있었다. 모든 병실을 다 돌고 나니 벌써 50분이 지나 있었다.

이가인이 사무실로 향하려던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퀵 배달원이 60cm 크기의 장미 선물 상자를 안고 간호 스테이션으로 다가왔다.

“혹시 이가인 씨 계신가요?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러자 간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쪽을 향해 외쳤다.

“수간호사님.”

이가인이 고개를 돌렸고 간호사가 말했다.

“누가 찾으세요.”

이가인은 방향을 틀어 간호 스테이션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눈에 확 띄는 로즈온리의 선물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새빨간 장미가 하트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은색 화살이 꿰뚫고 있었다.

퀵 배달원은 이가인을 보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했고 일치하자 선물을 내려놓고 떠났다.

곧바로 간호사들이 몰려들었다.

“남자친구 생긴 거예요?”

“전에 말했던 그 맞선 상대예요?”

“이거 일편단심이잖아요! 얼마 전에 SNS에서 봤는데 이거 큰 사이즈 맞죠? 가격이 600만 원이래요!”

“뭐요? 600만 원?!”

이가인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후회가 밀려왔다.

‘아침에 한 대만 더 세게 때릴걸!’

이름과 전화번호가 정확한 이상 선물이 잘못 배달되었다고 잡아떼는 건 불가능했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고 이가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했다.

“아직 사귀는 건 아니에요.”

“그럼 지금 계속 대시 중인 거예요?”

“어떤 사람이에요? 전에 병원에 데리러 왔을 때 우리 못 봤잖아요.”

“외모는 모르겠고 마음만큼은 확실한 듯? 이거 999송이 장미보다 훨씬 비싸잖아요.”

이가인은 어쨌든 직급이 한 단계 높았기에 그녀가 말을 아끼면 더 이상 캐묻지 않는 분위기였다. 결국 이 일은 그대로 넘어갔다.

사람들이 다 흩어진 뒤, 이가인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정승진에게 전화를 걸려다 혹시 주연진과 함께 있을까 걱정되어 일단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우리 엄마랑 같이 있어?]

곧바로 화면이 통화 수신 화면으로 바뀌었다.

이가인이 전화를 받자마자 정승진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민환도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누나.”

이가인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차민환은 머뭇거리지 않고 물었다.

“마음에 들어요?”.

“꽃, 민환 씨가 보낸 거예요?”

차민환은 어제 하루 종일 곱씹었다.

‘대체 누나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내 키가 전 남자친구보다 작다는 거?생긴 게 전 남자친구보다 못하다는 거? 아니지. 결국 돈 얘기였겠지. 전 남자친구보다 돈이 없다는 뜻으로 말한 거겠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차민환은 단 한 번도 자신이 키가 작다거나 못생겼다고 평가받은 적은 없었다.

돈이라는 건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닐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부터라도 보여줄 때는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연 차민환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누나, 어제 하루 종일 생각해봤어요.,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닐 거면 제대로 된 진심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겠죠. 단순히 메시지만 보내는 거로는 안 된다는 것도요. 미안해요. 혹시 날 너무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누굴 이렇게 쫓아다닌 게.”

“그래서 어떻게 쫓아다녀야 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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