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점심, 주연진이 택시를 타고 가자마자 정승진은 곧바로 이가인을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
이가인은 도저히 자기 집에서 할 용기가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언제 문이 열릴까 노심초사해야 하니까. 학창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걸 그녀는 거의 30대가 다 돼서야 경험해보게 되었다.
두 사람은 주연진이 이모네 집으로 가게 된 날 이후부터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틈만 나면 커튼을 쳐댔고 그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이날도 역시 두 사람은 주연진을 보내자마자 정승진의 방으로 향했고 대낮부터 땀을 뺐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이가인과 달리 정승진의 손목에는 그녀가 사줬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처음에는 차가웠던 팔찌도 이내 이가인의 몸 열기로 뜨거워졌다.
한차례의 정사가 끝이 난 후 정승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가인을 데리고 욕실로 가 함께 씻었다. 그는 거의 다 씻을 때면 늘 루틴처럼 오른손으로 이가인의 머리를 감싸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욕실에는 두 개의 타올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는 정승진의 것이었고 하나는 정승진이 이가인을 위해 걸어둔 것이었다.
이가인은 물기를 다 닦은 후 정승진이 건네는 일전의 흰색 팬티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입었던 팬티를 바로 씻으려는데 정승진이 낚아채 가며 자신이 씻겠다고 했다.
“뭘 네가 씻어. 줘.”
“그렇게 가슴 아파 안 해도 돼.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이가인은 그 말에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닫고는 빠르게 포기했다. 어차피 한두 번도 아니었으니까.
두 사람은 깨끗하게 씻고 나와서는 곧바로 다시 외출복을 입었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목적지 따위는 없었다. 그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저녁 시간이 다 되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이가인은 곧바로 부엌으로 가 식사 준비를 했다. 정승진은 자기도 돕겠다며 호기롭게 채소들을 씻었지만 왼손을 못 쓰는 탓에 행동이 굼뜨고 시간이 오래 걸려 이가인은 그를 옆으로 밀어냈다.
“나가.”
“옆에 있고 싶어.”
“됐거든? 너 때문에 동선이 꼬여서 방해만 되거든?”
정승진은 그 말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 그저 옆으로 몸을 살짝 비키기만 했다.
“말을 하지. 그럼 진작 내가 비켜줬지.”
끝까지 나가겠다고 하지는 않는 그였다.
잠시 후 이가인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예쁘게 썰린 채소들을 한꺼번에 투하했다. 기름이 튀는 소리에 정승진은 갑자기 다시 옆으로 다가가더니 왼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프라이팬 뚜껑을 방패막이처럼 잡으며 그녀를 기름에서 보호했다.
1시간 후, 이가인은 정승진의 침대 시트를 새것으로 간 후 기존 시트를 세탁기에 넣었다. 시트를 세탁하는 건 오늘로써 벌써 두 번째였다. 점심에도 한 번 갈아야만 했으니까.
이가인은 하루에 두 번이나 시트를 세탁하는 스스로를 보며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세탁기가 돌아간 후 정승진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입에 귤을 넣어주었다.
“피곤해? 집에서 쉴래 아니면 밖으로 나가서 산책 좀 할래?”
이가인은 어쩐지 지금이 출근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승진은 좀처럼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목에 입술을 가져가더니 갑자기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피곤하면 좀 쉬어. 마사지해줄게.”
이가인은 그 말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얼른 몸을 옆으로 비켰다.
“옷 입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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