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요즘 몰래 한 짓이 워낙 많아 정승진이 이상한 사진을 보냈을 리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가훈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 대신 대뜸 이렇게 물었다.
“혹시 둘이 정선 공원에 간 적 있어?”
“응, 왜?”
“그때 누나 몰래 뒤에서 찍었나 봐.”
이가인은 그 말에 안심했다가 곧이어 또 한 번 들려오는 동생 목소리에 다시금 긴장했다.
“용서한 거지?”
이가인은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입에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나는 누나가 행복하면 돼. 행복하기만 하다면 어떤 결정이든 응원해줄 거야.”
이가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응, 나 지금 행복해.”
“만약 정승진이 누나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대신 때려줄 테니까.”
“그 인간 지금 한 손밖에 못 써서 내가 이겨.”
“앞으로 말이야. 우리 집에도 버팀목이 되어 줄 남자가 있다는 거 잊지 마. 나 이제 누나 따라다니던 코흘리개 아니니까.”
이가인은 순간 코가 찡해 나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너한테 제일 먼저 연락할 테니까. 대신 너도 똑같아.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전화해.”
“응, 그럴게. 피곤할 텐데 이만 자. 나도 지금 막 호텔에 도착했어.”
“응.”
이가인은 전화를 끊은 후 정승진이 생일선물이라고 건넸던 게 생각나 거실에서 귤 봉투를 들고 다시 침실로 왔다.
봉투 안에 있는 귤을 다 쏟아내고 나니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꺼내 들자 영롱한 빛을 내는 금색 장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쩐지 무겁더라니 상자 무게만 대충 5kg은 되어 보였다.
이가인은 상자를 열어 장미를 손에 들었다.
‘무거워...’
정승진은 이야기 흐름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는지 툴툴거렸다.
“갑자기 전 여자친구 얘기가 왜 나와?”
“이거 다른 사람한테도 선물한 적 있어?”
“장미? 아니. 꼭 손주 며느리한테 줘야 하는 거라면서 결혼 생각 없으면 건드리지도 말라고 하셨어. 그래서 나도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10년 만에 보는 거야.”
“염혜원이랑은 결혼 생각 안 해봤어?”
이가인이 물었다.
“생각 정도만 했지 구체적으로 뭘 해야겠다고 진행한 적은 없고. 그때는 또 어리기도 했으니까.”
“만약 염혜원이 바람을 피우지 않았으면 이건 염혜원 거였겠네?”
“만약 고현우가 강수진을 매몰차게 거절했으면 너는 나랑 사귀지도 않았어. 안 그래?”
이가인은 그 말에 침묵했다.
“나는 ‘만약에’라는 가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너랑 사이가 틀어졌을 때는 하루에 수십번도 더 가정했어. 만약 그날 내가 홧김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또 그걸 네가 듣지 않았었다면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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