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신랑 친구들은 8시 반이 다 되어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황선아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침대 위에 앉아 있었고 이가인과 황선아의 친구들은 문 쪽으로 가 신랑을 상대했다.
오진시에는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올 때 신부 측 친구들의 방패를 꼭 뚫어야 한다는 전통이 있다.
뚫는 방식은 짓궂은 농담에 만족할만한 대답을 한다던가 또는 두둑한 돈 봉투를 준다든가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신랑이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자기야, 나야!”
그러자 들러리 중 한 명이 외쳤다.
“자기야가 누군데요?”
“황선아!”
“올해 몇 살이에요?”
“서른 살!”
“우리 예쁜 친구 데려가는데 빈손으로 왔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신랑 친구가 외쳤다.
“문을 열어주면 돈 봉투 드릴게요. 저희 돈 봉투 엄청 많이 준비했어요.”
“문을 여는 건 안 되고 문틈 아래로 일단 성의를 좀 보여봐요.”
신랑 친구는 틈 사이로 봉투 여러 개를 밀어 넣었다.
많이 준비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던 건지 들러리 인수대로 한꺼번에 15개의 돈 봉투가 방 안쪽으로 들어왔다.
간단한 신고식 후 곧바로 퀴즈 문제로 이어갔다. 틀리면 역시나 돈 봉투를 밀어 넣어야만 했다.
10개의 문제 중 난이도 극상인 문제가 9개나 되는 바람에 신랑은 또 착실하게 돈 봉투를 보내야만 했다.
돈 봉투가 거의 떨어져 갈 때쯤 신랑이 우는소리를 하며 신부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자기야, 제발 문 열어줘. 이대로 가다간 자기 남편 파산하겠어.”
이가인은 그 말에 슬슬 마무리 지을 생각으로 물었다.
“파산하면 선아 씨는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어떻게든 돈을 벌어올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그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신랑이 주춤거리던 그때 신랑이 아닌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노동이라도 뛰어야지.”
이가인은 문밖에서 전해오는 목소리에 흠칫했다. 꼭 정승진의 목소리 같았기 때문이다.
‘에이 설마. 정승진은 지금 영주시에 있잖아...’
황선아는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정승진의 얼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정 교수님?!”
참으로 웃픈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게 신부는 문이 열리자마자 시선을 정승진에게 고정했고 신랑은 문이 열리자마자 시선을 이가인에게 고정했다.
하지만 뭐가 됐든 정승진의 미인계 덕에 신랑 측은 무사히 방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이날 결혼식에서 신부가 부케를 던질 때 부케 받을 사람을 미리 정하지 않았던 탓에 사회자가 즉석에서 인원을 모집하게 되었고 그렇게 신부 측 친구 다섯 명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다들 나오기는 했지만 썩 부케를 받고 싶어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때 정승진이 번쩍 손을 들고 일어서더니 이내 앞으로 나가 제일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선아 씨, 나 줘요. 나 결혼하고 싶어요.”
그의 말에 하객들은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고 이가인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하나, 둘, 셋!”
사회자의 카운트에 따라 황선아의 손에 든 부케는 높게 날아올랐고 이내 예쁜 포물선을 그리며 정승진의 손에 안착했다.
사람들은 정승진이 바로 이가인에게 다가가 부케를 건네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정승진은 부케를 받은 다음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보다 못한 사회자가 물었다.
“여자친구분이 자리에 없으신가 봐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 주목을 받으면 뛰쳐나가 버릴 수도 있어서요. 나중에 청첩장 돌릴 테니까 그때 와서 신부 얼굴 구경하세요.”
정승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환승 연애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