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정승진은 물건을 차 트렁크에 실으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둘이 말하는 게 꼭 뭔가 있는 것 같아서.”
이가인의 말에 정승진이 대놓고 물었다.
“희원 선배랑 사귄 적 있는지 묻고 싶은 거야?”
“응.”
이가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승진이 피식 웃었다.
“희원 선배 이미 결혼했어. 그리고 첫사랑이 바로 지금 남편이고. 우리는 그저 같은 학교여서 친했던 것뿐이야. 아까 못 봤어? 카트에 남성용 양말 한가득 넣어둔 거.”
“못 봤어.”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어? 나랑 희원 선배가 사귀었다고?”
“그건 나도 잘 몰라.”
정승진은 그 말에 갑자기 웃었다.
그러자 이가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웃어?”
“내가 그렇게도 전 여자친구들이 많아 보여?”
이가인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정승진은 또다시 소리 내 웃었다.
“하하하, 내 얼굴이 여자들이 좀 많이 꼬였을 것 같은 얼굴이기는 해. 못 미더울 만하지. 그런데 요 며칠 날 가까이에서 지켜봤잖아. 그런데도 역시 못 미더워?”
정승진은 이가인을 거의 한 달 가까이 쫓아다녔고 두 사람이 24시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은 건 오늘로써 벌써 5일째다.
정승진은 확실히 공적일 때와 사적일 때의 모습이 다르다. 하지만 고현우처럼 가식을 떤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사적에서는 더더욱 매력이 많아지기만 했다.
그는 천재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이유로 마치 왕처럼 청소든 요리든 누군가가 대신 해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며 뭐라도 하려고 했다.
그리고 정승진은 말도 잘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까지 섭렵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어떤 주제를 던져도 잘 받아주고 또 궁금증도 잘 해결해주었다.
또한 정승진은 이가인과 함께 있을 때 종래로 휴대폰을 꺼둔 적이 없었다. 항상 전화가 와도 그녀 앞에서 받고 메시지를 보낼 때도 당당하게 보내며 그녀가 원하면 기록을 전부 다 보여주기도 했다.
이가인은 그간 그와 함께 있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이런저런 것들을 되짚어 보더니 이내 정승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응? 갑자기 왜 사과해?”
정승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누구?”
그녀의 남편이 물었다.
“정승진!”
“...인사는 했어?”
“응. 어떤 여자랑 같이 있더라고. 소문의 그 여자 간호사인지 확인하려고 일부러 말을 걸었어.”
“그래서, 그 간호사 맞아?”
“응, 맞아. 이가인이라고 내가 소문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거든.”
“어떤 여자길래 정승진이 그 소란을 피우고 한 달 가까이나 쫓아다녀? 게다가 고현우도 패고?”
남편의 말에 박희원은 한 번 더 주위를 돌아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예쁜 얼굴이기는 해. 하지만 염혜원만큼은 아니야. 내가 전에 그랬지? 정승진이 갑자기 귀국한 게 꼭 송세희가 불러서는 아닐 거라고. 내가 볼 때 정승진이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는 거 염혜원 보라고 일부러 이러는 것 같아.”
“주위에 사람 없지?”
“응, 없어.”
“그럼 이 얘기는 나와 하는 것을 끝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얘기하지마. 염혜원 앞에서는 아예 정승진과 만났다는 얘기도 꺼내지 말고. 정승진과 염혜원 일은 그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괜히 끼어들면 끼어든 사람만 피곤해져.”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환승 연애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