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쯤 지나자 이가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저장이 안 된 번호였다.
이가인은 정승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정승진의 번호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정승진도 그녀에게 연락하는 데 번호를 바꿀 이유는 없었다.
전화를 받은 이가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가훈 학생 가족 되나요?”
이가인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서 서둘러 물었다.
“제가 가훈이 누나예요.”
“안녕하세요. 전 이가훈 학생 학교의 조교예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긴히 전할 얘기가 있어요. 이가훈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나갔는데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어요. 현재 차 안에 있던 학생들 모두 정안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일단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병원 쪽에 저희 선생님들이 계시거든요. 학생들 모두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요. 그런데 이가훈 학생이 다리 수술을 해야 해서...”
이가인은 밤에 외출했다. 엘리베이터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다 달렸다.
정안 병원은 근교에 있는 공공병원이었고 이가인은 그쪽 정형외과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40분 뒤였다. 이가훈은 수술실에 있었고 학교 측에서는 이가인에게 상황을 전했다. 사고를 낸 사람은 경찰에 연행되었고 학생들은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말이다.
선생님은 굉장히 괴로워했다.
“이가훈 학생은 학교를 대표해서 메달을 땄어요. 저희는 오는 길에 차에서 다음 달에 동문시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자고 얘기도 나눴어요.”
이가훈은 체육 특기자로 단거리 경주 선수였다. 그에게 있어 다리는 단순히 몸의 일부가 아니라 커리어가 결정되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수술실 앞에 서 있는 이가인은 안색이 창백하고 눈은 빨갰다.
선생님은 그녀가 오는 길에 계속 운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 이가인은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울지 않았다.
한 시간 뒤 이가훈이 간호사의 도움으로 수술실에서 나왔다. 마취약이 풀리지 않아 정신이 말짱하지는 않았다.
이가인은 그와 함께 병실로 돌아갔고 10분 뒤 30대로 보이는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이가훈의 주치의로 조금 전 이가훈의 수술을 집도했다.
이가인은 그와 이가훈의 상황에 대해 의논했다. 다행히 이가훈은 신경을 다치지는 않았다. 다만 퇴원한 뒤에도 회복 시간이 석 달에서 다섯 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이가인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의사는 빨개진 이가인의 눈시울을 보고 온화하게 말했다.
“너무 초조해하지는 마세요. 어려서 빨리 나을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몸을 돌려 나갔고 이가인은 의자에 앉아 이가훈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이가훈은 마취약이 풀려서 눈을 떴다.
두 사람은 잠깐 대화를 나눴고 힘이 없던 이가훈은 이내 잠이 들었다. 이가인은 자지 못했다. 갑자기 울컥 치미는 감정 때문에 갑자기 울고 싶어진 그녀는 홀로 병식 밖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울다가 나왔다.
그러다 마침 복도에서 이가훈의 주치의와 마주치게 되었다.
의사는 이가인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왜 그러세요?”
이가인은 순간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피했다.
“괜찮아요.”
의사가 다시 한번 긍정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어요. 정말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가인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미안함과 자괴감이 더욱 커졌다. 그녀는 뭔가 말할 생각이었지만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서둘러 몸을 돌렸다.
의사는 조금 당황해하면서 사람을 부르려고 했는데 고개를 돌려 보니 복도에는 사람 한 명 없어 조용했다.
그는 주머니 안에서 깨끗한 의료용 마스크를 꺼냈다.
“... 제가 티슈가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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