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이해하려 했지만 그날 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에 나와 일에 몰두했다.
‘제발 부처님, 정승진 안 마주치게 해주세요.’
그녀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다행히 부처님은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하루 종일 정승진이 보지 않았다.
그런데 밤에 병동 단톡방에 익숙한 프로필 사진이 갑자기 발견되었다.
곧이어 단톡방은 인사로 도배되었다.
[교수님, 환영합니다!]
이가인은 어제 본 정승진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정승진이 답장했다.
[앞으로 많이 배우고 부탁드릴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직업 특성상 다 같이 쉴 수도 없으니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내일 각자 자리 위에 올려둘게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의 바르고 선물까지 챙기는 교수라니, 누가 안 좋아하겠는가.
단톡방 인원 22명 중 무려 21명이 반응했다. 평소 거의 말이 없던 과장조차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더 이상 못 본 척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 이가인은 다른 사람들 반응을 살피며 조용히 따라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승진은 바로 이가인의 메시지 아래에 뽀뽀 이모티콘을 붙였다.
순간 이가인의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모두가 눈치챌까 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교수님, 이모티콘 귀여우세요!]
젊은 간호사가 장난스럽게 반응했다.
정승진은 그 말에 귀여운 이모티콘을 하나 더 보냈다.
[와. 교수님이 이런 이모티콘 쓰시는 분 같지 않았는데요?]
이가인은 휴대폰을 들고 차가운 얼굴로 조용히 지켜봤다.
그가 보낸 이모티콘들은 과거 자신에게 자주 보내던 것들이었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었다.
이제는 사적으로만 쓰던 것들이 공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이 되었다. 마치 그들의 관계가 변해버린 것처럼 말이다.
정승진이 대답했다.
[제 여자친구가 자주 쓰는 이모티콘이에요. 몰래 가져다 썼어요.]
이 한마디에 단톡방은 폭발했다.
[헐, 교수님 여자친구 있으셨어요?]
[아, 나 교수님이랑 친해져서 우리 언니 소개해 보려고 했는데. 우리 언니 진짜 예쁜데.]
[교수님 여자친구도 이모티콘처럼 귀엽고 예쁘시겠죠?]
[맞아요. 제 여자친구 정말 예쁘고 귀여워요.]
이가인은 숨을 죽이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단톡방에서 사람들은 과분하게 정승진을 반겨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뻔뻔하게 계속 대답을 이어갔다.
정승진의 의도를 알면서도 이가인은 차마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수간호사님.]
이가인은 한참을 휴드폰을 바라보다가 결국 답장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여기서 내 유일한 친구가 수간호사님이에요.]
그 말에 그녀는 과거 혜임 병원 복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가 병원에 처음 출근하던 날 그녀에게 했던 말이 딱 그랬다.
[여기서 내 첫 번째 친구가 가인 씨예요.]
똑같은 사람, 똑같은 상황, 똑같은 말.
마치 데자뷔 같은 순간이었다.
멍하니 있던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 또 메시지가 떴다.
“수간호사님, 좋은 밤 되세요. 내일 봬요.”
정승진은 집요하게 매달리지 않았다.
절제된 태도, 신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인이었지만 ‘내일 봬요’라는 마지막 한마디에 그녀는 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힌다고들 한다.
하지만 매일 마주쳐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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