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주 5일 근무였다.
전민우와 점심 약속을 잡아 내려가려 했는데 주연진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이가인과 함께 내려갔다.
전민우는 현관 입구 근처에 서 있다가 주연진을 보더니 웃으며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주연진은 딸이 전민우에게 별 관심 없어 보였기에 평범한 외모일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마주하니 전민우는 꽤 괜찮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키는 180cm 정도, 마른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뚱뚱하지도 않았다. 피부는 살짝 검은 편이었지만 이목구비가 단정했다.
주연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어쩐지 할머니가 손주 자랑을 그렇게 하시더라니 정말 잘생겼네요.”
전민우는 능숙하게 유성 사투리로 대화를 이어갔고 주연진은 그와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갑자기 말했다.
“두 사람 어서 가요. 점심 같이 먹기로 했다면서요?”
전민우는 눈치 있게 말했다.
“쓰레기 버리는 건 제가 도와드릴게요.”
“괜찮아요. 나도 장 보러 가는 길이에요.”
주연진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전민우와 이가인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전민우가 말했다.
“어머님 정말 젊어 보이시고 성격도 너무 좋으신 것 같아요.”
이가인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어릴 때 우리 남동생 혼낼 때는 아파트 전체에 다 들릴 정도로 소리 질렀어요.”
전민우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어머니도 그랬어요. 제가 어릴 때 속 썩이면 저를 죽이고 딸 낳아야겠다고 하셨다니까요.”
“딸을 낳아도 똑같을걸요.”
전민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가인 씨도 어릴 때 말 안 들었어요?”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주관이 뚜렷했던 것 같아요.”
“별로 대단한 거 없어요. 올해 스물아홉이에요. 수간호사도 그렇게 높은 직급이 아니라 월급은 140만 원 정도 돼요. 제 명의로 된 집이나 차도 없고 어머니랑 같이 살아요.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남동생은 오진에 있는 체육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전민우는 오진에서 돌아온 이가인이 외모도 예뻐 자신과 거리를 둘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솔직함에 오히려 놀랐다. 소개팅 자기소개의 정석이었다.
전민우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서른둘이에요. 대학은 유성에서 디자인 전공했고 졸업 후 외국에 몇 년 있었어요. 지금은 친구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에요.”
“솔직히 수입은 좀 불안정해요. 어떤 달은 일이 없기도 하고 또 어떤 달은 몇 건씩 들어오기도 해요. 최근에 영주에서 빌라 인테리어를 맡았는데 이번 건 끝나면 한 2600만 원 정도 수익이 나요. 연봉은 잘 풀리면 2억 넘고 못해도 2억 가까이는 돼요.”
“저는 외동이고요 부모님 두 분 모두 퇴직 연금 있어요. 집 두 채 가지고 계시는데 저는 결혼하게 되면 새집을 구입할 생각이에요. 차는 아직 없는데 혹시 좋아하는 브랜드 있어요?”
이가인 머릿속에 실버 우루스가 스쳐 지나갔다. 허세나 욕심 때문이 아니라 문득 정승진이 떠올랐다.
이가인은 정승진을 처음엔 고현우와의 아픈 기억을 보상해 줄 존재라고 착각했었다.
그런데 정승진은 달콤한 솜사탕이 아니라 불구덩이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속으로 자신을 비웃으며 이가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차는 잘 몰라요. 어차피 뭘 타든 목적지엔 도착하잖아요.”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환승 연애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