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1054

“유영아, 어서 가. 이 장치는 할아버지가 20년 전에 준비한 거야. 오늘이 돼서야 쓰이게 되었구나. 안쪽 길로 따라 쭉 가면 출구가 나올 거야. 거기서 할아버지가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유영아, 마음 편히 가. 이제 영원히 안녕이구나.”

“할아버지...”

지하로 떨어진 연유영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울부짖었다.

쿵.

연태준이 다시 방석을 한 번 더 내리치자 무너졌던 법당 바닥이 천천히 합쳐지며 두어 초 만에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는 아래쪽을 한 번 내려다보며 아쉬움과 미련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곧 연태준은 시선을 거두고 방석 위에 앉아 두 손을 모으며 죽음을 받아들일 듯한 자세를 취했다.

5분 후 법당의 커다란 문이 활짝 열리자 문밖에 한 인물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녁 무렵이었고 어둠이 어스름이 내려앉은 상황이었으나 그 사람이 특이한 우산을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우산에는 작은 종들이 가득 달려 있었다.

연태준은 그 사람을 보자 눈동자가 약간 수축했으나 여전히 법당 앞에 단단한 바위처럼 앉은 채 방문자를 바라보았다.

그 인물은 손에 든 특이한 우산을 살짝 들어 올려 얼굴을 드러냈다. 그 역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 가면은 금색이었다. 얼굴은 가면에 가려져 있었으나 짧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드러났고 금색 도복을 입은 그 사람은 오른손으로 우산을 들고 천천히 법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마만수, 수장인 내가 친히 와주었는데 일어나 맞을 생각은 없나?”

금빛 가면의 남자는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태준은 얼굴을 약간 일그러뜨리며 몸을 약간 숙이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제자 마만수, 문주님께 경배 드립니다.”

그러자 남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격식을 차리지 않고 연태준 앞에 털썩 앉아 말했다.

“내가 이 속세에 다시 나와본 게 50년 만이라네. 한 번 나오기 참 어렵군.”

“하지만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백주를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하기에 부득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네.”

연태준의 안색이 다시 변했다.

“윗선에서 백주를 신경 쓰고 있단 말입니까?”

“백주를 찾을 수 없다고? 하늘 끝부터 땅 끝까지 온 천하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내야 해.”

...

이천후가 의원의 마당을 나설 때 박경혜와 심은주가 아직도 의원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두 시간 넘게 안에 있었는데 이 둘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

게다가 이천후가 나오자마자 박경혜는 표정이 변하더니 심은주를 급히 끌고 그에게 다가왔다.

이천후는 냉소를 지으며 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박경혜를 상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천후는 심은주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없었지만 박경혜에 대해서는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에 박경혜는 그를 무시하면서 온갖 비방을 퍼부었고 이천후는 이미 그녀에게 참을 만큼 참은 상태였다.

만약 심은주가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박경혜에게 손을 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