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1640

소지한은 마치 땅에 박힌 못처럼 굳게 서 있었고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흘러내렸다.

“은인님!”

그는 세 글자를 힘겹게 내뱉었다.

“간이 크네. 권세를 우습게 여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다니. 이번은 인정해 주마.”

금빛 새끼 사자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주변은 숨막히도록 고요했다. 모든 이가 그 광경을 지켜볼 뿐 감히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그 순간.

“크아아악! 분통이 터지는구나!”

적산 깊숙한 곳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 죽일 놈아! 감히 나의 후손을 죽이다니! 네놈은 만 번 죽어도 그 죄를 갚지 못할 거야!”

크르릉.

하늘이 갈라지는 굉음과 함께 적산에서 거대한 손이 뻗어 나왔는데 그것은 마치 하늘을 떠받드는 태고의 마수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듯한 그 손은 천지를 가리는 거대한 장막이 되어 이천후를 내리쳤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그 손에서는 도칙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에 완전히 이천후를 멸살할 작정이었다.

‘저건 법칙을 깨우친 절세 고수야!’

이천후는 얼굴이 굳었고 다시 한번 천지이동스킬을 펼쳐 후방으로 몸을 날렸다.

“너무 뻔뻔합니다! 적산의 공포스러운 존재가 감히 또다시 협약을 깨고 이천후 씨를 공격하고 있어요! 영주님! 부디 나서 주십시오!”

태연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허공에 홀로 선 그녀는 단호하게 이천후를 위해 간청했다.

이미 이천후의 행동은 현장에 있는 모든 젊은 무사들의 피를 뜨겁게 끓게 만들었다.

태연이 앞장서자 젊은 무사들은 더욱 격렬하게 외쳤다.

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외쳤다.

“영주님, 이천후를 구해 주십시오!”

“영주님, 이천후를 구해 주십시오!”

하늘을 찢을 듯한 함성에 온 대지가 들끓었다.

그들의 격양된 감정이 하늘에 가득 차 구름마저 흩어져버렸다.

하지만 적산의 거대한 손은 여전히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공간 자체가 봉쇄되어 있었다.

이천후는 더 이상 천지이동스킬조차 펼칠 수 없었다. 오직 필사적으로 후퇴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그 손은 너무나 거대했고 천지가 무너질 것 같았다.

이천후가 아무리 빨라진다 해도, 열 배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소용없다.

쿵쿵쿵.

손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허공이 무너졌고 거대한 바위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 기세에 지켜보던 자들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삼대 영주들은 적산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었고 그들은 이천후를 끝까지 지킬 생각이 없었다.

조금 전 손을 쓴 것도 단지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천후에게는 남은 희망이 없었다.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인 감정이 사람들의 가슴을 짓눌렀고 그들은 이천후의 운명을 애석해했다. 동시에 적산의 존재가 너무도 파렴치하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두 번이나 협약을 어기다니.

“흥, 그래도 눈치는 있군.”

적산의 존재는 삼대 영주를 향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또다시 거대한 손이 하늘을 뒤덮었고 그것은 거대한 그림자가 되어 이천후를 덮쳤다.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번엔 이천후의 몸 주변이 완전히 봉쇄되어 절대 피할 수 없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은인님!”

소지한이 외쳤다.

그리고 망설임도 없이 이천후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얼굴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얼굴이었다.

그는 은혜는 영원하다는 스스로의 신념을 증명하고 있었다. 살아서는 풀잎을 물고 갚고 죽어서는 가루가 되어도 보답하리라.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