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1883

“이게 죽으려고! 너도 내 제병을 노리고 있었던 거냐?”

이천후는 당장이라도 기린마에게 공격을 퍼부을 기세였다.

“어이, 꼬맹이.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마. 본좌가 어찌 그따위 속물들과 같겠어?”

기린마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단지 네 제병을 한 번 감상해 보고 싶을 뿐이야. 잠깐 빌려 보고 바로 돌려줄게.”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꺼져. 그딴 협상은 있을 수 없어.”

이천후는 싸늘한 얼굴로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기린마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감상만 한다고? 어린애를 속이려 해도 정도껏 해야지.’

기린마는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천후와 소지한도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대한 무지개빛 기운이 저 멀리 하늘에서 드리워지더니 대지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아치형 다리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듯한 장관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런 이변이 일어나다니...”

이천후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소지한의 얼굴도 사색이 되었다.

“하늘에서 무지개가 내려오고 있어요... 혹시...”

기린마는 더더욱 경악한 표정이었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지개가 내려오면 등천로가 열릴 거란 말인데... 찬란한 대세가 시작되는 건가... 이럴 수가! 이렇게 빨리?”

그러더니 그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뭔가 잘못됐어. 원래라면 등천로는 아직 3년은 더 있어야 열려야 하는데... 갑자기 앞당겨지다니! 무슨 변고가 생긴 게 분명해!”

이천후는 기린마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

“뭐라고? 너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하지만 기린마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결심한 듯 앞발을 힘껏 굴렸다.

“이럴 때가 아니야. 본좌는 준비하러 갈 거야!”

그리고 그렇게 외치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기린마가 떠나면서 일으킨 먼지가 이천후의 얼굴을 덮쳤다.

“야! 말 다 하고 가!”

이천후는 급히 정신력을 폭발시키고 사방을 탐색했지만 이미 기린마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지한이 이천후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인님, 혹시 대세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소지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네요.”

이때 이천후는 문득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그런데 유강섭 어르신은요? 이미 떠났겠죠?”

소지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은인님이 떠난 직후 어르신께서도 손자분을 데리고 떠나셨습니다. 조상님의 유언을 지키는 임무를 완수했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손자분과 함께 세상을 구경하러 가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천후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지한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 앉을 곳을 찾아 수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천후는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대세가 예정보다 앞당겨졌다는 이 충격적인 변화가 그의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지 못하게 했다.

그는 반드시 지구로 돌아가야 했고 될수록 빨리 노이진을 구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됐어, 생각하지 말자. 이건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변수였을 거야. 우선은 탁재환이 돌아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게 최선이야.’

이천후는 스스로 그렇게 되뇌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엔 이미 수많은 생각이 뒤엉키고 있었는데 또 문득 자전혈광도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천후는 소지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한 씨, 혹시 자전혈광도도 주선대진에 의해 파괴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