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럴 리가 없어. 우리 딸 주려고 곰인형도 샀는데... 이렇게 귀여운 곰인형 그 애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야.”
이천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임은설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딸 아무 일 없어, 그렇지? 당신 방금 거짓말한 거야... 그렇지?”
“그만해요!”
임은설은 눈을 감았다. 감은 눈가로 눈물이 한줄기 새어 나와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이천후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거짓말 아니에요. 우리 딸 이제 없어요. 미안해요...”
“아...”
두 눈이 벌게진 이천후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더니, 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었다.
주먹을 불끈 쥔 그의 손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고, 급기야 손톱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의 불쌍한 딸은 이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하고 가버렸다.
애끓는 이천후를 바라보며, 임청원 일가는 만면에 냉소를 지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이천후를 불쌍히 여기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고, 그저 경멸만이 가득했다.
“왜!”
이천후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내가 이유를 말해줄게.”
유미육이 다가와 이천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은설이는 지금 사업상 최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 이럴 때 임신이라니,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자네처럼 아이까지 우리 은설이 꽃길에 걸림돌이 되면 안되잖아.”
“그래서, 내가 은설이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네.”
유미옥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몇 분 후, 평정을 찾은 이천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시리게 차가워져 있었다.
그는 탁자로 다가가더니, 망설임 없이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했다.
아름다운 그의 사인은 마치 이 추한 상황을 비웃는 것 같았다.
사인을 마친 이천후는 바닥에서 곰인형을 주워들고,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인 듯 품에 안았다.
넋이 나간 듯한 이천후의 모습을 본 임은설은 마음이 아팠다.
“당신한테 보상을 좀 하고 싶은데, 이 집에서 원하는 거 아무거나 가져가도 좋아요. 그리고 이거...”
그녀는 수표 한 장을 내놓았다.
“원하는 만큼 액수를 쓰세요.”
유미옥이 볼멘소리를 했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 전부 우리가 힘들게 번 돈으로 산 거야. 전부 명품들뿐인데, 이 인간이 뭐 한 거 있다고 가져가?”
“3년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우리는 해줄 만큼 해줬다. 한 푼도 더는 안 돼.”
“엄마, 그만하세요.”
임은설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명품이고, 돈이고, 난 필요 없어. 나는 옷장에 있는 옷만 가져가겠어.”
이천후는 침실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전부 그가 딸을 위해 한 땀 한 땀 지은 옷이다. 이천후는 옷을 정리해 침대 시트로 싸고, 곰인형을 안에 집어넣은 후 어깨에 둘러맸다.
“이 펜던트는 내 거니까, 내가 가져가지.”
이천후는 임은설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보며 말했다.
임은설은 뱀과 참새가 새겨진 펜던트를 끌러 즉시 이천후에게 돌려주었다.
이천후는 용진 그룹과의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내가 당신 주려고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젠 아무 의미가 없게 됐군.”
이천후는 계약서를 바닥에 버린 후, 넋이 빠진 표정으로 문을 향해 걸었다.
“저 인간 뒷모습, 무슨 전쟁 나서 피난 가는 사람 같아. 안 그래, 엄마?”
임수명이 비웃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래 보인다. 빨리 가, 폭탄 떨어지기 전에.”
유미옥이 옆에서 거들며 웃었다.
문 앞에 도착한 이천후가 갑자기 돌아서더니, 임씨 일가를 한 사람씩 훑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임은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그는 또박또박 한마디씩 뱉었다.
“오늘 일 꼭 기억해! 당신들 후회하게 될 테니까.”
“나 이천후는 반드시 내 불쌍한 딸을 위해 복수한다!”
임은설은 이천후 눈 속의 서늘한 기운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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