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2053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이천후는 마치 모래알 하나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천후는 영사산의 지형을 파악하고 싶었지만 시야가 사방에서 막혀 전혀 확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정신력을 펼쳐 산의 앞쪽을 탐색해 나갔다. 그렇게 영사산의 지형과 형세는 그의 머릿속에 하나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영사산은 생각보다 훨씬 광대했다. 자그마치 팔백 리가 넘게 산줄기가 뻗어 있었고 그 안엔 마치 전쟁 무기처럼 뾰족하고 날 선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있었다. 도끼, 창, 갈고리처럼 기묘하게 솟은 절벽들에서 피비린내 나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이런 지형은 풍수적으로도 흉지라 여겨지며 살기가 지나치게 무겁다.

게다가 산맥 곳곳에서는 간헐적으로 야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비록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였지만 그 울림은 강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어 듣는 이의 정신까지 흔들릴 정도였다.

전해지기로는 이 산맥 속에는 수많은 요수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에 상당한 실력을 지닌 개체도 있다고 했다. 깊은 산속엔 5단계 요수가 득시글하고 심지어 6단계에 이르는 괴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다.

6단계 요수는 인간으로 치면 부대경에 해당하는 강자였다.

하지만 이번엔 무려 백만에 가까운 무사들이 집결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요수가 강하다 해도 이 정도의 숫자를 막아내긴 어려웠다.

따라서 따로 정찰대 같은 건 없었다. 무사들은 영사산에 도착하자마자 우르르 몰려들었고 앞다퉈 산속으로 달려들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늦으면 보물을 놓칠까봐 안달이라도 난 듯했다.

백만 무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장면은 실로 장관이었다. 그들의 난입으로 인해 산속 요수들 또한 자극받아 난폭하게 반응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들과 요수들 사이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산 외곽에 출몰하는 요수들은 등급이 낮긴 했지만 그만큼 사납고 거칠었다. 그것들은 마치 광기에 휩싸인 듯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사들을 향해 돌진해왔다. 그 탓에 무사들이 산으로 진입하는 데에도 적잖은 방해가 되었다.

운이 없거나 실력이 부족한 몇몇은 산에 들어서자마자 요수의 발톱에 목숨을 잃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시작부터 참으로 암울한 전개였다.

이천후와 연창욱 일행은 대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었기에 선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요수들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젠장, 이 영사산의 요수들... 바깥놈들보다 훨씬 더 흉악하잖아!”

수영 성녀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등천로에서 밤에 붉은 달이 떠오르면 이상한 에너지가 무사들의 힘을 억누르고 요수에게는 오히려 힘을 불어넣는다.

그러니까 진짜 위기는 밤이었다.

만약 거대한 요수 무리와 맞닥뜨린다면 누구라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터였다.

“하하, 이따가 밤이 되면 우리끼리 진영을 구축해서 함께 방어하면 돼요. 뿔뿔이 흩어지지만 않으면 문제될 건 없어요.”

연창욱이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였다. 요수가 아무리 많고 강하다 해도 결국은 요수일 뿐. 인간 무사들이 하나로 뭉치기만 하면 요수 따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