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진은 누구보다 이천후를 증오했다. 예전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굴욕을 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이천후,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그날 네가 내게 준 치욕, 오늘 똑같이, 아니, 천 배 만 배로 갚아주마!”
기정진의 목소리엔 독기와 살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이천후는 그를 흘끗 한 번 바라보곤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실력이 성장하기 전에도 기정진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물며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검황 기문룡, 너 설마 우리를 얕보고 있는 건 아니지? 이 정도 인원으로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이천후는 매서운 눈빛으로 기문룡을 바라보았다.
“하하, 이천후. 네가 어떤 인물인지는 나도 잘 알아. 내가 이렇게 직접 나섰다는 건 당연히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지.”
그 말과 함께 기문룡은 소매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의 손바닥 위에 열 개의 찬란한 검형 빛이 떠올랐고 그 빛들은 마치 진짜 날붙이처럼 하늘로 솟구쳤다가 순식간에 멀리 떨어진 열 개의 사구 위에 정확히 꽂혔다.
그 순간 마치 대지 깊숙이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운 듯 땅이 진동하고 모래가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수십 만 톤의 황사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들었고 이어 열 개의 빛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태고에 하늘을 떠받치던 고대의 거대한 기둥 같았다.
“우릴 잡겠다고 이런 걸 준비한 거야? 생각보다 철저하잖아.”
이천후는 멀리서 솟아오른 빛기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비록 그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위력만으로도 그는 직감했다. 이건 지금의 그로선 감당할 수 없는 힘이었다.
기문룡이 왜 이토록 자신만만한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정탁수가 와도 함께 몰살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천후는 여전히 태연했고 그런 그의 모습에 기문룡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건 ‘마고십절진’이라 불러. 진이 완성되면 고대 마계의 ‘강마’를 소환할 수 있어. 지금 내 실력으로는 열 마리까지 부를 수 있지. 그중 한 마리만 해도 부대경 무사급인데 열 마리면 어떨 것 같아? 너희 살아남을 자신 있냐?”
기둥들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는 정탁수가 소환했던 마우황법상보다도 강했다. 그 안에서 끓어오르는 힘은 분명 화령경을 넘어선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기문룡이 말한 것이 허세는 아니라는 걸 이천후는 인정했다.
“설마 네가 탁재환의 음양 보선을 타고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기문룡은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
“꿈도 꾸지 마. 마고십절진이 완성된 이상 이 일대의 공간은 완전히 봉인됐어. 아무리 보선이 있어도 공간 봉인을 뚫진 못해.”
이천후는 씩 웃으며 되물었다.
“그런 공간 봉인이랑 결계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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