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768

그 그림엔 비가 갠 후 펼쳐진 자연의 광경이 그려져 있었다. 탁 트인 경치가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그림의 색채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전경에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두 소녀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시각을 잃은 소녀였고 더 어린 소녀는 그녀의 품에 꼭 안겨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를 보며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송윤주는 이 그림을 무려 10분 넘게 바라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에 젖어들었다.

배경에 그려진 넓은 초원에서는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또한 두 개의 선명한 무지개가 비가 지난 후의 촉촉한 자연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광대한 자연은 결국 앞에 그려진 초라한 옷을 입은 두 소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소녀와 아직 세상의 어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린 소녀.

“이 작품은 영서국의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입니다. 두 가난한 아이는 무거운 신발을 신고 헤진 천 옷을 입는데 그들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죠. 옷에 덧댄 천 조각은 두 아이의 고달픈 운명을 상징해요. 이런 세밀한 부분들이 이 그림의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맹인 소녀는 분명 거리의 유랑자일 겁니다. 소녀의 무릎 위에는 작은 아코디언이 놓여 있네요. 소녀의 마음은 이 아코디언을 통해서만 세상에 전달될 수 있겠죠. 소녀는 평소에도 이 아코디언에서 떨어질 수 없을 겁니다. 이 작은 악기만이 소녀의 고단한 삶과 슬픔을 세상에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니까요.”

온화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스며들었다. 남자는 변하시의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송윤주가 고개를 돌리자 잘생긴 외모에 신화 속 조각처럼 뚜렷한 윤곽을 가진 한 젊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검은색 연미복을 입고 있었으며 그의 곧고 바른 자세는 마치 바람에 휘청거리지 않는 소나무처럼 강인해 보였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귀족적인 기품이 흘러넘쳤다.

송윤주와 그 남자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선남선녀였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쪽이었군요?”

송윤주는 깜짝 놀랐다.

그 남자는 송윤주가 아는 사람이었는데 바로 그녀의 작은 고모가 소개해준 맞선 상대였다.

지난번 변하시에 왔을 때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의 성은 기 씨였고 변하시 기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었다.

기연준은 외모와 기품 모두 뛰어난 남자였다. 그러나 송윤주는 그가 신사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약간의 호감을 느낀 것 외에는 딱히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송윤주는 이미 외모만 보고 설레는 나이를 지났고 무엇보다도 잘생긴 남자를 많이 봐와서 이제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였고 게다가 지금은 연애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무리 기연준이 잘생기고 품격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녀는 교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저예요, 윤주 씨. 제 이름을 잊지 않게 한 번 더 알려드려야겠네요. 제 이름은 기연준입니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미소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송윤주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

“이번 미술 전시회는 제가 주최한 겁니다. 윤주 씨의 고모님께서 말씀하시길 윤주 씨가 어릴 적부터 예술을 좋아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송윤주 씨가 감상할 수 있게 제 개인 소장품들을 전시했죠.”

기연준은 공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송윤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기연준이 자신이 이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졌다. 분명 고모가 몰래 알려준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고모가 아까부터 계속 전화를 걸어 전시회에 꼭 참석하라고 했던 거구나.’

송윤주의 작은 고모는 기연준이 집안도 좋고 사람도 훌륭하다며 둘을 자꾸 이어주려 했다.

송윤주는 조금 화가 났다. 고모가 기연준과 자신을 엮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미리 말해주지 않고 이렇게 몰래 준비할 필요는 없었는데, 마치 속은 기분이었다.

“윤주 씨, 제 소장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송윤주가 한동안 말이 없자 기연준은 미소를 띠며 다정하게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서운함’이 묻어났다.

“이번 전시회는 제가 윤주 씨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예요.”

“네?”

송윤주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두 분 다 똑같이 아름다우세요.”

기연준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보세요. 저기 몇몇 남자들이 윤주 씨를 몰래 훔쳐보고 있네요. 아마 속으로 저를 욕하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송윤주는 고모 대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 외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송윤주는 더 이상의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말했다.

“연준 씨, 전 고모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연준 씨도 바쁘실 테니 일 보세요.”

“너무 아쉽네요.”

기연준은 고개를 살짝 흔들며 아쉬움을 담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저는 윤주 씨께 그림에 대해 설명해드리고 싶어서 다가온 거였어요.”

“고마워요, 연준 씨.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또 이야기 나눠요.”

송윤주는 미안한 듯한 미소를 짓고는 돌아서서 떠났다.

기연준은 떠나가는 송윤주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