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933

하지만 황윤석에게는 총이 있었다.

황윤석은 서랍을 열어 총을 꺼내 들고 이천후에게 겨누며 비열하게 웃었다.

“너 싸움 좀 하냐? 이 총 앞에서도 네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 한 번 보자고. 네 다리가 빠른지 내 총알이 빠른지.”

“시험해 볼 것도 없어. 네 총이 더 빠르겠지.”

이천후가 웃으며 말했다.

“흐흐...”

황윤석은 그 말을 듣고 기세 좋게 비웃으려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그가 총을 꺼내 들었는데도 이천후는 전혀 놀라지 않는 듯했다. 이천후는 도리어 태연하게 웃고 있었다. 당연히 겁에 질려서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해야 할 텐데 오히려 태연한 모습이라니.

이천후는 침착했지만 김청하는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이천후 앞을 가로막고 섰다.

‘청하 씨 뭐 하는 거지? 저건 총이잖아!’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을 보자 이천후는 가슴 속에 작은 파동이 일었다. 이런 순간에 자신을 막아주다니, 정말 의리 있는 비서였다.

“황윤석, 제발 무모한 짓 하지 마. 너도 법을 알잖아. 총을 쏘면 어떤 결과가 따를지 몰라서 그래?”

김청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법? 내가 법이 겁나면 애초에 여기서 이러고 있겠어?”

황윤석은 더욱 비틀어진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김청하, 평소엔 순진한 척하더니 이렇게 젊고 잘생긴 남자 친구가 따로 있었어? 이거 참 의외인데, 오늘 이놈 앞에서 네가 어떻게 구걸하는지 똑똑히 보게 해주마!”

“뭐, 뭐라고?”

김청하는 황윤석의 상스러운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청하 씨,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마요.”

이천후는 황윤석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총 쏘고 싶으면 어서 쏴. 네 헛소리 들을 시간 없으니까.”

황윤석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총을 겨누고 있는데도 이천후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총 앞에 두고도 이렇게 여유를 부린다고? 총을 꺼내면 누구든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게 보통 아닌가? 혹시 이 녀석 죽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황윤석이 주춤하는 걸 본 이천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에 깡패였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 너희들처럼 싸움 좀 한다고 깡패인 척 하는 놈들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장난처럼 여기고 협박하지만 실은 너희들도 겁 많고 죽는 걸 두려워한다고.”

“다른 애들한테 칼 맞을까 봐 두려워하고 경찰한테 잡힐까 전전긍긍하는 게 너희야. 겉으로는 문신하고 굵은 금목걸이를 목에 걸고 어깨를 힘주어 다니는데 사실 다 겁나는 걸 감추려는 거지. 특히 너 같은 사람은 더 그렇지 않겠어? 돈 잘 벌고 매일 편하게 사는 만큼 더 무서운 거지. 정말 총 쏠 거면 어디 한번 쏴 봐!”

“...”

황윤석은 속으로 불안감이 밀려왔다. 이천후의 말이 어떻게 이렇게 가슴을 후벼 파는지 모르겠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러자 이천후는 테이블을 세게 치며 외쳤다.

“그건 네가 정해.”

이천후는 여유롭게 말했다.

“주사위를 던지든 카드 게임을 하든, 아니면 화투라도 상관없어.”

황윤석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네가 지면 어쩔 건데?”

“난 질 리가 없지.”

황윤석은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

“네가 지면 바로 여기서 나가. 다시는 이 일에 끼어들지도 말고 김청하도 데려가지 마.”

“좋아. 그런데 만약 내가 이기면 청하 씨는 내가 데리고 갈 거야. 김태길 씨가 맡긴 담보 증서도 무효로 하고 폐기해.”

이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황윤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황윤석은 이 도박장의 주인으로서 도박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이천후 같은 젊은 애송이가 감히 도박으로 도전하다니, 마치 칼든 장수 앞에서 칼자루를 내미는 격이었다.

황윤석은 속으로 이천후를 멍청이라고 비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