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저택 거실.
하얀색 캐리어 하나가 심민아의 앞으로 밀려왔다.
“당신 물건 챙겨서 그렇게 좋아하는 개자식한테 돌아가.”
박지훈이 팔짱을 낀 채 무뚝뚝하게 말했다.
“오빠, 엄마 내쫓지 마.”
박수연은 울음을 삼키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녀가 아는 심민아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더 큰 캐리어를 꼭 끌어안고, 동그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안쓰러운 모습을 보였다.
“엄마, 제발 가지 마.”
박지훈은 박수연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엄마는 우리 때문에 슬퍼한 적 없어! 눈물도 전부 그 개 같은 남자 때문에 흘린 거야! 그러니까 빌지 마!”
박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지훈이랑 수연이 방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요.”
두 아이가 도우미 김희연의 손에 이끌려 사라지자, 박진호는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심민아에게 건넸다.
서류봉투를 열어 보니,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여덟 곳의 부동산과 수십 대의 고급 차, 그리고 수천억 상당의 주식 문서가 들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심민아가 평생 흥청망청 써도 남을 막대한 재산이었다.
“이건 위자료야. 별문제 없으면 이혼합의서에 서명해.”
박진호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냉담하게 말했다.
심민아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미래의 그녀는 대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왜 곧 이혼할 상황에서도 악독한 전처에게 이렇게나 큰 재산을 내주는 남편을 뿌리치고, 한 번 배신한 가난한 남자에게 매달렸을까?
그녀는 펜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고고하고 차가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짝 애교 섞인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나 배고파.”
“방금 뭐라고 했어?”
박진호가 놀란 듯 물었다.
결혼 6년 동안, 그녀는 그를 볼 때마다 늘 혐오와 원망 가득한 눈으로 꺼지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에게 애교를 부리며 여보라고 부르고 있었다.
“여보.”
심민아는 다시 한번 불렀다.
“내일 이혼하더라도 오늘까지는 내 남편이잖아.”
박진호의 차가운 눈빛에 일렁이던 파문이 금세 잠잠해졌다.
‘나 설마 잠깐 기대한 거야? 이 여자가 달라졌다고?’
‘됐어, 변해도 전부 방성훈 때문이겠지.’
“헛수고하지 마. 난 절대 수연이 골수를 빼서 방성훈 딸을 살리는 일에 동의 못 해.”
그는 그녀가 달라진 듯한 모습이 전부 방성훈 때문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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