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방 안, 진태웅은 손수진에게 은침을 꽂아주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치료 중이니까 함부로 소리 지르지 마. 사람들이 들으면 안 좋아.”
조금 전, 손수진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더니 통증으로 기절해 버렸다. 마침 의술에 능한 진태웅이 그녀를 방으로 안고 들어가 치료를 시작한 참이었다.
“수진아,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자궁 냉증에 걸렸어. 이대로 내버려 두면 나중에 불임이 될 수도 있어.”
진태웅이 말을 마치며 손에 든 은침을 손수진의 배꼽 아래 3치 떨어진 관원혈에 꽂았다.
“후우...”
손수진은 순간적으로 배 안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까의 고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것처럼 생기가 돌았다.
“형부, 진짜 배 안 아파요. 너무 대단해요.”
손수진은 홀릴 듯한 눈빛으로 진태웅을 우러러보며 노출된 자신의 매혹적인 몸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
진태웅은 급히 몸을 돌려 그녀에게 등을 보이며 말했다.
“수진아, 일단 옷부터 입어.”
손수진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형부, 언니랑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부끄러워하다니... 설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건드린 건 아니죠?”
진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옷을 다 입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수진아, 나는 이미 네 언니 손윤서와 이혼했어...”
“네?”
손수진은 벌떡 일어나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형부, 장난하는 거죠?”
“장난이 아니야.”
진태웅은 고개를 저으며 몸에 지닌 서류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건 나와 네 언니의 이혼합의서인데 보면 알 거야.”
손수진은 이혼합의서를 겨우 다 읽고 난 후, 예쁜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가 곧 분노로 변했다.
‘형부는 언니를 정말 사랑하는데 절대 언니와 이혼할 리가 없어. 그렇다면 이건 분명 언니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한 것이야.’
지난 3년 동안 형부가 언니에게 해준 일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형부가 집에 들어온 이후로 빨래, 요리, 집안일을 모두 원망 없이 묵묵히 도맡아 했다.
언니가 퇴근할 때 폭우가 내리면 형부는 우산을 들고 언니의 회사 앞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
언니가 열날 때는 형부가 약을 달여 주고 밤새도록 언니의 침대 맡에서 지켰다.
언니가 찐빵을 좋아한다고 해서 형부는 매일 아침 한 시간씩 달려가서 사 왔다.
말 그대로 형부는 언니를 공주님처럼 아낌없이 사랑했고 조금도 미안한 짓을 한 적이 없었다.
바로 형부가 원망 없이 묵묵히 헌신했기 때문에 언니가 모든 정력을 사업에 쏟을 수 있었고, 불과 5년 만에 상장을 앞둔 회사 대표가 될 수 있었다.
가끔 손수진은 자기 언니가 어떻게 저렇게 좋은 남편을 만났는지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예상치 못한 것은 언니가 겨우 성과를 내자마자 배은망덕하게도 형부와 이혼을 해버린 것이었다。
“형부, 제가 당장 언니한테 물어볼게요...”
손수진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걸려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태웅 씨... 지금 무슨 짓이에요?”
연한 블랙 톤의 세련된 정장을 입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한 여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가을 호수처럼 맑으면서도 새겨진 듯한 이목구비는 빙산처럼 차갑고 고급스러워 마주보기조차 어려운 기품을 풍겼다.
진태웅의 전처 손윤서였다.
그리고 손윤서 뒤에는 정장을 차려입고 귀족적인 품격이 느껴지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윤서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니야. 설명할게...”
“닥쳐요!”
손윤서의 얼굴은 마치 얼음처럼 식어버린 상태였는데 분노로 몸을 떨고 있었다.
“진태웅 씨, 당신이 이런 인간일 줄은 몰랐어요. 내 동생이 아직 어린데... 그 애까지 건드리다니. 당신은 인간도 아니네요.”
그녀 뒤에 서 있던 정장 청년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윤서야, 사람은 겉만 보고 속을 알 수 없다더니. 이제야 완전히 마음을 접겠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진태웅을 바라보는 손윤서의 눈빛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이혼할 때만 해도 내심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보니 완전히 쓰레기 같은 놈이었어요. 진짜 개자식이네요.”
손수진은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진태웅 앞을 가로막았다.
“됐어, 언니. 형부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 형부 탓이 아니라 내가 먼저 유혹한 거야. 형부랑은 상관없어. 게다가 언니는 이미 이혼했잖아. 그럼 형부가 나랑 사귀면 어때? 어느 법을 어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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