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드레스들은 뭐예요?”
“오늘 송씨 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뒀던 ‘딸을 찾습니다’ 공고를 내렸단다. 이제 네가 송씨 가문으로 돌아왔으니 엄마가 당연히 성대한 연회를 열어 우리 딸을 세상에 알릴 준비를 해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다인의 마음속엔 잔잔한 온기가 번져왔다. 감동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었다. 적어도 친딸로 받아들인 이후, 엄마는 내내 미안해했고 두 배로 보상해주려 애써왔다.
하지만 주다인은 원래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자신을 위해 연회를 열겠다는 말에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사교 모임에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선 낯선 상류층 사람들 틈에 서 있어야 할 테니까.
...게다가 심진우에게도 들킬 수 있다. 지금은 아직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주다인은 시선을 내리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병원 쪽 일이 아직 정리되지도 않았고 또 아빠도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셨어요. 아빠가 회복하신 뒤에 연회를 여는 건 어때요? 저는 당장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윤희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정말 너무 성급했는지도 몰랐다. 송 회장이 아직 병원에 있는데 그녀는 세상에 딸을 공개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앞서나갔던 것이다.
“그럼 이 드레스들 맘에 안 들면 엄마가 직접 너 데리고 백화점 가서 골라줄게, 어때?”
이윤희의 기대 가득한 눈빛을 마주하자 주다인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일시 정직된 이후의 나날은 그녀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여유로웠다.
밤샘 근무도, 응급 콜도 없었고 심진우를 돌보러 한밤중에 뛰쳐나갈 일도 없었다. 심지어 돈 걱정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었다.
이윤희는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답게 곁에 있는 세상조차 맑고 정제되어 있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소녀처럼 쇼핑을 즐기고 멋을 내며 인생의 작은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주다인은 그런 엄마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좋아요, 엄마. 같이 나가요.”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백화점에 도착했고 이윤희는 손을 꼭 잡고 그녀를 매장 안으로 이끌었다.
“다인아, 엄마는 알아. 너 아직 네가 가진 새로운 신분에 적응되지 않았을 거야. 그치만 꼭 알아뒀으면 해. 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엄마는 뭐든 해줄 거야. 지난 23년 동안, 넌 행복이라고는 모르고 살았을 거야. 엄마는 네 남은 인생이 더는 그렇게 고단하지 않았으면 해.”
이윤희의 목소리가 떨리는 듯했다.
주다인은 가까스로 이윤희를 보호했지만 정작 자신은 피할 틈도 없었다. 진한 페인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빗물처럼 쏟아지며 그녀의 신발까지 흥건히 적셨다.
진한 화학 냄새가 코끝을 찔렀고 주다인은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이윤희가 사태를 인지하자 그 눈동자엔 타오르는 분노가 가득 담겼다.
“누가 감히 우리 딸한테 이딴 짓을 해? 경호원들 어딨어?”
멀찍이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이 즉시 달려왔다.
그 여자가 또 달려들려 하자 그들은 단숨에 제압해 페인트통을 빼앗았다.
주다인은 흐릿한 시야를 들어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악에 받쳐 외쳤다.
“너 같은 양심 없는 의사, 나는 진작 정체를 알아봤어! 인터넷에 그럴싸한 말 써봤자 소용없어. 실제로 뭘 했는지 너 자신은 알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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