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찰이 도착했다. 여자를 본 경찰의 표정은 단번에 어두워졌다.
“또 당신이에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려고 합니까? 병원에서 이미 보상금도 줬고 당신 어머니도 합의서에 서명했잖아요. 당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 질서를 몇 번이나 어지럽혀야 속이 풀리겠어요?”
경찰은 말끝을 매섭게 맺고는 이번엔 주다인을 돌아보았다. 온몸에 페인트가 튀어 있는 걸 확인하곤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분, 걱정 마세요. 가해자는 반드시 법에 따라 처벌하겠습니다.”
그때, 이윤희도 발걸음을 옮겨 다가왔다. 방금 전, 주다인이 했던 말을 모두 듣고 있었기에 딸의 선한 마음은 이해했지만 그 선의가 오히려 주다인을 해치는 일이 된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었다.
그 여자는 오늘 주다인에게 페인트를 끼얹었다. 그렇다면 내일은 흉기를 들지도 모른다.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사람이 사회에 돌아다닌다는 건 언제든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윤희는 딸의 마음이 약해질까 봐 염려스러웠다.
“다인아, 네가 이 사람을 용서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지만 오늘 너에게 페인트를 끼얹었으면 내일엔 칼을 들 수도 있어.”
주다인은 그런 엄마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조용히 안심시키듯 눈빛을 보냈다.
“엄마, 걱정 마세요. 저, 놓아줄 생각 없어요.”
그 말에 이윤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놀람이 섞인 눈으로 딸을 바라보자 주다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 사람이 왜 분노했는지 이제는 이해해요. 아버지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떠도는 루머 하나에 저를 향해 폭력을 휘두른 게 정당화될 수는 없죠.”
“잘못한 일은 마땅히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해요.”
주다인의 단단한 눈빛에 이윤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성숙한 생각에 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엔 더할 수 없이 깊은 감탄과 자부심이 깃들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 모든 것이 도저히 몇천만 원 선에서 끝날 것들이 아니었다.
단숨에 수억 원은 훌쩍 넘을 수준이었고 게다가 경호원의 손에는 쇼핑백이 크고 작은 것들로 한가득 들려 있었다.
송청아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꽉 쥐었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쾌함을 간신히 억눌렀다.
엄마가 그녀를 데리고 명품 쇼핑을 다닌 게 언제였던가. 그런데 오늘은? 그녀 몰래 주다인과 함께 나가서 새 옷까지 사줬다고? 두 딸을 똑같이 아낀다더니, 그 약속은 대체 어디 간 거지?
참을 수 없던 송청아는 억지로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이윤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에 살짝 매달렸다. 그리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오늘 쇼핑 다녀오셨나 봐요? 왜 저 안 데려가셨어요~ 평소엔 항상 제가 엄마랑 같이 다녔잖아요. 언니가 돌아오니까 이제 저랑은 같이 다니기 싫어진 거예요?”
“그리고... 이 많은 쇼핑백들 중에 제 건 하나도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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